미국의 국가부채가 25조달러를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양책을 쏟아낸 탓에 한 달도 안돼 1조달러가 불어났다. 미 국채 발행 물량도 급증해 국채 금리 상승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가부채 시계(US National Debt Clock)에 따르면 부채는 지난 5일 밤(현지시간) 25조달러를 넘어섰다. 4월 7일 24조달러를 돌파한 지 28일 만에 1조달러 늘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4월 초부터 네 차례에 걸쳐 3조달러가 넘는 부양책을 내놓은 데 따른 결과다.
미 재무부는 이날 공개한 국채 발행 일정에서 3월 말부터 1조4600억달러를 차입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에 사상 최대인 2조9990억달러의 국채 발행을 예고했던 재무부는 이날 단기 재정증권 위주였던 차입을 장기 국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오는 20일 1986년 이후 처음 발행하는 20년 만기 국채를 200억달러 규모로 내놓기로 했다. 또 6월과 7월에도 각각 170억달러 규모를 발행한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공급 물량 부담으로 장기물 금리가 크게 올랐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7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0.713%를 기록했다. 최근 3주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연 0.743%까지 급등했다. 또 30년물 수익률은 6.4bp 오른 연 1.394%를 나타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일부 고객과의 통화에서 “(미 정부가) 회복이 어려운 분야를 지원하려면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혁으로 법인세율이 35%에서 21%로 낮아졌지만, 내년에는 28~29%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핑크 CEO는 또 기업 줄파산, 수요 급감 등 악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