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는 여행·관광업계뿐 아니라 정부의 관광 재정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코로나19 사태로 관광 예산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의 ‘돈줄’이 모두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관광진흥개발기금 재원은 ‘출국납부금’ ‘카지노납부금’ ‘융자원금회수’가 재원이다. 그런데 출국자가 90% 이상 줄고, 카지노가 무기한 셧다운(운영 중단)됐다. “코로나19 사태를 비정상적 구조의 관광 재정부터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광 예산은 1조3443억원. 이 가운데 기금이 1조1680억원으로 86.9%를 차지한다. 기획재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일반·특별회계 예산은 1763억원(13.1%)에 불과하다. “정부 관광 재정은 ‘천수답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관광진흥개발기금 규모는 자본금 830억원을 포함해 3조2073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부채 8320억원과 관광사업체에 이미 나간 2조원이 넘는 융자를 제외하면 여유자금은 2811억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코로나 피해지원 특별융자 1000억원, 추경(정기융자 증액) 800억원 등 1800억원을 곶감 빼먹듯 가져다 쓴 상태다.
최근 5년간 평균 68% 안팎을 유지해온 기금 의존도는 올해 90% 가까이 치솟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규모도 지난해 9967억원에서 올해 1713억원이 늘어났다. 1조원이 넘는 기금이 관광 재정에 투입되기는 2017년(1조579억원) 이후 3년 만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 예산의 거의 전부를 관광진흥기금에서 충당하는 방식은 당초 기금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지만 안정적이고 일관된 관광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금에 의존한 관광 재정은 당장 올해부터가 문제다. 출국납부금, 융자원금 상환유예로 올해 정부가 잡아놓은 관광 예산의 절반 가까이가 증발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항공, 선박을 이용해 해외로 나가는 내·외국인에게 부과하는 출국납부금이 걷히지 않고 있다. 항공은 1인당 1만원, 선박은 1000원을 항공료와 선박요금에 포함해 징수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터진 1월부터 4월까지 출국자는 전년의 절반 수준인 800여만 명에 그쳤다. 출국자가 줄면서 증발한 출국납부금만 700억원에 달한다.
기금 수입의 20~30%를 차지하는 카지노납부금이 줄면서 내년 관광 재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 사태로 모든 카지노가 셧다운에 들어가 실적 감소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강원랜드는 2월부터 휴장에 들어갔다. 카지노납부금의 70~80%를 부담하는 파라다이스와 세븐럭 카지노 역시 3월부터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 카지노 관계자는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해외 입국자 2주간 격리 조치가 풀리지 않는 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사실상 내년에는 정부에 낼 카지노납부금이 없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