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07일(16:2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림산업이 미뤘던 회사채 발행을 재추진한다. 한일홀딩스, LG CNS에 이어 자금 조달일정을 미뤘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부의 잇단 지원으로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다소 풀리자 조심스럽게 채권시장에 다시 발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다음달 초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잠정결정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조달 예정금액은 1000억원이다. 당초 계획했던 금액의 절반 수준이다. 이 회사는 이달 말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한 수요에측(사전 청약) 결과가 좋으면 발행금액을 2000억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고 있다.
두 달 만에 다시 추진하는 채권 발행이다. 대림산업은 지난달 초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자 자금 조달일정을 연기했다. 당시 신용도가 우량한 포스파워와 하나은행조차 회사채 투자수요가 목표금액에 못 미치면서 어떤 기업도 ‘완판’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컸다.
대림산업과 마찬가지로 조달일정을 연기했던 LG CNS와 한일홀딩스도 다시 회사채 발행 준비에 나섰다. 두 회사는 최근 수요예측에 나서 목표금액 이상의 매수주문을 받는 데 성공했다. LG CNS는 1600억원을 모집해 9300억원을 모았고, 한일홀딩스는 1000억원을 모집해 1510억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정부의 지원으로 채권 미매각에 대한 공포가 다소 진정된 것이 기업들이 다시 자금 조달에 나서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이 지난달 차례로 가동을 시작했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으로 투자심리가 조금씩 회복된 데 힘입어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25개 기업 중 24곳이 목표금액 이상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한화솔루션만이 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회사채 시장이 큰 고비를 넘기면서 그동안 움츠려있던 다른 기업들도 다시 자금 조달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달부터는 산은이 신용등급 ‘A’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시행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 계획도 조만간 도입된다.
다만 가장 큰 불안요인인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가 단숨에 개선되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실적과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은 여전히 채권 투자수요를 모으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 중에서도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큰 곳은 금리를 평소보다 대폭 높여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며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한 기업들은 당분간 험난한 자금 조달환경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