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없는 기업을 표방'하며 가깝고 친근한 이미지로 10년을 달려온 카카오가 '깜짝 실적'으로 시즌2의 시작을 알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흔들림 없는 저력은 올해로 10돌을 맞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카카오가 호실적으로 활짝 열어젖힌 새로운 10년에 이목이 쏠린다.
카카오는 7일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올 1분기 연결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9% 늘어난 8683억원, 영업이익은 218.9% 급증한 882억원이다.
앞서 증권업계는 카카오가 코로나19 여파로 700억원대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600억원대의 저조한 예상 실적을 써낸 증권사들도 상당수였다. 막상 받아든 성적표는 달랐다. 카카오는 매출액과 영업익 모두 분기 최고 성적을 거두며 저성장 우려를 단숨에 잠재웠다.
카카오톡 기반으로 커머스, 테크핀, 콘텐츠 등으로 확장한 사업들이 '코로나 외풍'에도 끄떡없는 울타리가 된 것이다.
카카오의 지난 10년은 말 그대로 성장의 역사다. 공짜 메신저 카카오톡의 성공은 1년에 300만원 남짓 벌던 회사를 10년 만에 연 매출 3조 기업으로 키웠다. 100만배 성장한 셈이다. 2014년 포털 다음과 합병한 이후 카카오톡과 연동해 비즈니스를 확장해왔다.
카카오 실적에 날개를 달아준 것도 카카오톡이다. 작년 카카오톡 관련 사업(톡비즈) 매출은 6498억원에 이른다. 카카오는 올해 1조원 돌파를 자신했다. 톡보드(광고), 선물하기, 알림톡 등이 가파른 성장세로 실적을 견인하고 있어서다.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쌍두마차를 위시한 테크핀 사업 역시 순항 중이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거래액은 48조원. 올 1분기 거래액은 14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9%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70조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카카오뱅크는 설립 3년여 만인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1분기 순이익은 185억원을 기록, 1200만 고객을 바탕으로 본격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가 부침을 겪는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금융권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코로나19로 주목받은 언택트(비대면) 사업의 중심에는 카카오페이지가 자리한다.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 카카오재팬이 운영하는 웹툰 '픽코마'는 매년 2배씩 급성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올해 대만 태국 중국 등으로 글로벌 무대를 확대하며 덩치를 키운다.
이처럼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 기업에서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한 데에는 '대한민국에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창업자 김범수 의장의 집념이 컸다.
김 의장은 지난 3월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카카오를 창업할 때 대한민국에 없는 회사를 만들어보겠다는 도전의식이 있었다. 사람이나 시스템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일을 한다는 믿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10년은 '카카오 시즌2'로 정의했다. 김 의장이 제시한 시즌 2에서 카카오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다. 그는 "시즌2에는 카카오의 문화, 넥스트 비즈니스 고민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란 역할이 포함돼야 한다. 카카오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지혜를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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