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해외로 나간 사람들이 더 많아 여행수지가 약 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쓴 돈보다,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쓴 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월 여행수지는 3억7000만달러(약 4500억원) 적자였다. 여행 지급이 11억1000만달러로, 여행 수입 7억4000만달러보다 많았다. 출국자수는 전년 동월 대비 93.9% 감소한 14만3000명이었고, 입국자수는 94.6% 줄어든 8만명에 그쳤다. 입국자수는 전월 대비로도 87.8% 급감했다.
박성곤 한은 경제통계국 과장은 "2월 한국과 중국에 이어, 3월 중순 이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출입국자수가 모두 급감했다"며 "둘 다 급감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봉쇄조치가 본격화된 지난달 여행수지는 더 안 좋을 것으로 봤다.
박 과장은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출국자가 입국자보다 많다"며 "코로나19 상황이지만 여행이나 사업 등으로 인한 출국 수요가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많았던 지난해 3월에도 여행수지는 1억7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이슈로 20만~30만명 수준이던 중국인 관광객이 갈등 완화 조짐에 2019년 3월 49만명까지 증가했음에도다.
올 3월 중국인 입국자수는 2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6.6%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는 84.1% 줄었다. 동남아인 입국자수는 2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4.7%, 전월비 90.0% 감소했다. 일본인 입국자는 1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7.8%, 전월보다는 96.0% 줄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해외 입국자가 더 많은 상황이다. 이날 0시 기준 어제 하루 국내 신규 확진자는 4명이다. 이 중 1명은 지역발생으로 나흘 만에 지역감염 사례가 나왔다. 나머지 3명은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자다.
해외 유입 확진자의 여행국은 미주가 479명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은 462명이다.
한민수/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