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예정된 길' 없는 시대…믿을 건 경영 전략의 힘

입력 2020-05-07 15:10
수정 2020-05-07 15:11
‘예정된 길’이란 건 없는 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뒤덮으며 기업 경영 생태계를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이같이 예상할 수 없는 복병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오늘날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경영 전략이 굳이 필요할까. 《경영 전략의 역사》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일수록 과거부터 현재, 미래 전망까지 아우르는 경영 전략 학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인 고토사카 마사히로는 일본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교수다. 학계에 몸담기 전엔 소매, 정보기술(IT) 분야 창업가로 활동하다 세계적 컨설팅기업인 맥킨지 도쿄지사, 독일 프랑크푸르트지사에서 근무했다. 실무 경험과 이론 연구 능력을 겸비한 전문가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경영 전략의 주요 역할인 ‘최적의 처방전’과 ‘보편적인 법칙’이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를 위해 경영 전략이 탄생한 순간부터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래의 경영 환경에 이르기까지 경영학 이론의 순간순간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 책은 저자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5년 동안 연재한 경영 전략 원고를 다듬은 것이다. 경영 전략의 형성, 이론의 완성, 경영 전략의 현재, 경영 전략의 미개척지 등 네 가지 내용으로 구성됐다.

경영 전략이란 학문의 역사는 반세기에 불과하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전략이 필요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병법의 유명한 문구가 이를 상징한다.

경영학에서 ‘전략’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처음 쓴 사람은 미국 경영학자 앨프리드 챈들러였다. 그는 1962년 출간한 《전략과 구조》에서 기업의 경영 역사에 대해 논하면서 경영 전략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전략 경영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경영학자 이고르 앤소프는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경영자의 전략적 의사 결정엔 관리나 업무적 결정과 달리 항상 불확실성이 따라다닌다고 강조한다. 이미 ‘전략을 짠다’는 아이디어 속엔 앞일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영자는 특정 전략의 프레임워크를 무조건 신봉하지 말고, 기업이 처한 내부 및 외부 환경과 조직 특성을 함께 보며 여러 전략을 취사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선 기술 진화가 경영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짚는다. 저자는 1988년 린 마르쿠스와 대니얼 로비가 쓴 논문인 ‘정보기술이 조직에 끼치는 세 가지 영향’이 여전히 의미 있는 논문이라고 짚는다. 기술이 바꿔 놓은 경영 전략이 어떻게 사업을 바꾸는지 잘 나타내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경영 전략의 전모를 짧은 시간 안에 정리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하는 경영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현장을 뛰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현명한 의사 결정이고, 그 결정은 경영 전략의 지혜에서 나온다.

공병호 < 공병호TV·공병호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