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비메모리 사업부 매각이 '역사의 시작'…2011년 국내 첫 뉴욕증시 직상장

입력 2020-05-07 15:22
수정 2020-05-07 15:24

매그나칩반도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직상장한 기업이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구동칩 설계, 제조 업체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의 기원은 1989년의 LG그룹이다. LG그룹이 럭키금성그룹으로 불렸던 시절이다. 당시 LG그룹은 금성일렉트론이란 회사를 설립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1995년 LG반도체로 사명을 바꿨고 이듬해엔 상장도 했다.

LG반도체의 운명이 바뀐 건 외환위기 때다. 정부는 1998년 주요 대기업에 ‘빅딜’을 요구하며 LG반도체 매각을 추진했다. 빅딜 이후 LG반도체는 현대전자에 합병돼 현대반도체로 거듭났다. 이후 현대반도체는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꾸고 11년을 지내다 2012년 SK그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금의 SK하이닉스가 됐다.

매그나칩이 따로 떨어져 나온 것은 2004년이다. 하이닉스반도체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비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했다. 당시 사모펀드 CVC캐피탈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인수해 지금의 매그나칩이 됐다.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던 매그나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위기에 봉착했다. 부채를 갚지 못해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한 것. 미국계 헤지펀드 에비뉴캐피털이 최대 주주가 됐고 3개월 만에 파산 보호에서 벗어났다. 국내 최초로 국내 증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NYSE에 상장한 것은 2011년이다.

매그나칩의 상징은 ‘8인치 웨이퍼’다. 대부분 업체가 12인치 웨이퍼를 쓰기 위해 시설 투자에 나섰지만 매그나칩은 8인치를 고집했다. 빛, 소리, 온도 같은 아날로그 신호를 PC와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아날로그 반도체의 수요가 늘면서 ‘8인치 고집’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8인치 웨이퍼로 생산되기 좋게 특화돼 있다.

매그나칩은 지난 3월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부를 SK하이닉스에 매각하며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가 호황일 때를 매각의 적기로 봤다는 설명이다. 미래 먹거리인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