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위 서식하는 미생물로 플라스틱 원료 대량 생산 길 열렸다

입력 2020-05-06 14:57
수정 2020-05-06 15:27
국내 연구진이 한우의 위(胃)에서 유래한 미생물을 활용해 식품, 의약품과 플라스틱 등의 원료물질인 숙신산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알려진 생산 효율의 최대 21배로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팀과 경북대 김경진 교수팀은 '시스템 대사공학'을 이용해 숙신산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6일 발표했다.

시스템 대사공학은 미생물의 대사 회로를 조작해 최적의 조건에서 유용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미생물이 갖고 있는 고유의 대사 경로를 변형시켜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다.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과발현, 이 유전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유전자의 제거, 외래 유전자의 도입 등을 통해서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공학 도구가 사용된다. 시스템 대사공학을 통해 생산된 물질은 식품, 의약품, 화장품, 화학제품 등에 널리 쓰인다.

연구팀은 한우의 반추위로부터 분리한 토종 미생물 '맨하이미아'의 대사회로를 조작해 대량의 숙신산을 생산할 수 있게 했다. 맨하이미아에 '말레이트 디하이드로지네이스'라는 효소를 '밥'으로 주고 산도(pH)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등 특정 발효 조건을 달성하면 숙신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수십 가지 효소 후보군을 컴퓨터 모델링 등으로 오랜 기간 검증한 끝에 말레이트 디하이드로지네이스를 최종적으로 지목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기존엔 포도당, 글리세롤,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이 원료 1리터당 1시간에 숙신산 생산량이 1~3g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번엔 1리터당 1시간에 21g으로 세계 최고 효율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수소 원자 6개, 탄소와 산소 원자 각각 4개 등 총 14개의 원자로 구성된 다이카복실산인 숙신산은 대사 과정에서 한 분자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한 분자를 소모한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바이오리파이너리를 위한 시스템 대사공학 원천기술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성과는 글로벌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