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한국닛산, 포르쉐코리아가 국내에서 판매한 일부 경유차의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벤츠의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환경부는 벤츠, 닛산, 포르쉐가 국내에서 판매한 경유차 14종 총 4만381대에서 배출가스 조작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인증 취소, 결함시정(리콜) 명령, 과징금 부과와 함께 형사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경유차량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된 모델이다. 인증시험때와는 다르게 실제 운행 때에는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의 요소수 사용량이 줄어들고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의 작동이 중단되도록 프로그램이 불법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SCR은 배기관에 요소수를 공급해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환원해주는 장치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질소산화물이 과다하게 배출된다"며 "요소수 사용량이 줄어들면 관련 부품 교체 주기가 길어지게 되는 점도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질소산화물은 대표적인 미세먼지 원인물질이다. 이 같은 불법 조작으로 실제 도로 주행 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실내 인증 기준(0.08g/㎞)의 최대 13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적발된 차종과 판매량은 벤츠의 경우 △C200d(배출가스 인증번호에 따라 2종으로 계산) △GLC220 d 4Matic △GLC250 d 4Matic △ML250 BlueTEC 4Matic △GLE250 d 4Matic △ML350 BlueTEC 4Matic △GLE350 d 4Matic △GLS350 d 4Matic △GLE350d 4Matic Coupe △S350 BlueTEC L △S350 BlueTEC 4Matic L 등 12종 3만7154대다. 닛산은 캐시카이 1종 2293대, 포르쉐는 마칸S 디젤 1종 934대다.
국내에서 경유차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적발된 것은 2015년 11월 아우디폭스바겐의 경유차 15종이 최초였고, 이번 사례는 일곱 번째다. 벤츠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국내에서 적발된 첫 사례다.
환경부는 2018년 6월 독일 교통부의 불법 조작 문제 제기 직후 국내에 판매된 해당 차종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고, 다른 차종까지 확대해 지난달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환경부 측은 "차종을 확대하다 보니 독일 정부 문제제기 이후 국내 적발까지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달 중으로 이들 차량의 배출가스 인증을 취소하기로 했다.
과징금은 가장 많은 차종이 적발된 벤츠에 776억원, 닛산과 포르쉐에는 각각 9억원, 10억원이 부과된다. 벤츠의 경우 국내에서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례 중 역대 최고 금액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징금 상한액 관련 법이 두 차례 개정되면서 2015년 사례에 비해 판매대수가 적지만 과징금 액수는 더 많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차량 수입사들은 45일 이내에 환경부에 리콜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차량 소유자들은 그 이후에 리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벤츠는 환경부 발표 즉시 공식 입장을 통해 "환경부의 발표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추후 불복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백가지 기능이 상호작용하는 통합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의 특성상 각 기능의 개별적 분석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벤츠 측은 "무엇보다 이번 발표 내용은 2018년 5월 생산 중단된 유로6 배출가스 기준 차량만 해당되므로 현재 판매 중인 신차에는 영향이 없다"며 "차량 안전성과도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