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대역 대로변 상권, 길 하나 건넜을 뿐인데…'대박과 폐점' 엇갈린 운명

입력 2020-05-06 15:45
수정 2020-05-06 15:47
대로변에 역세권 상권이라고 하면 대개 좋은 상가라고 여긴다. 하지만 역세권일수록 비싸기만 하고 돈이 안 되는 상가도 수두룩하다. 상가 투자가 일종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게임’이기 때문이다. 매입한 금액 대비 몇 %의 임대료 수입을 올릴 수 있느냐에 상가 투자의 성패가 갈린다. 역세권 상가는 장사가 잘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구분 없이 대체로 비싸다.

최근 역세권 대로변에선 프랜차이즈도 문을 닫는 경우가 심심찮다. 어딘가 문을 닫는다면 이로 인한 반사이익을 보는 곳이 어디인지도 살펴야 한다.

지도에서 서울 남부순환로 북단의 검은색 점선과 남단의 파란색 점선 면적이 크게 다르다. 이는 남부순환로변의 낙성대역 5~8번 출구 앞 상권과 1~4번 출구 앞 상권의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1~4번 출구가 있는 남쪽이 가구 수가 훨씬 많고 이 방향 대로변에 있는 프랜차이즈의 장사가 더 잘된다.

지금까지는 5~8번 출구 쪽 프랜차이즈 점포들도 그럭저럭 유지할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선 폐점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도에서 낙성대역 8번 출구 대로변에 있던 유명 패스트푸드점은 하루 12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다 문을 닫았다. 서울미술고가 있지만 이 학교 때문에 중·고교생 자녀를 키우는 가구가 이 주변에 거주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렇다면 학원가도 형성되지 않는다. 패스트푸드점 장사가 잘되기 어려운 상권이란 뜻이다. 게다가 가구 수도 많지 않다.

맞은편인 1~4번 출구 쪽 프랜차이즈들의 성적표는 다르다. 한 제과점은 골목 안쪽에 있음에도 5번 출구 쪽 동일 브랜드 점포보다 매출이 높다. 인근에 서울 3대 빵집이라는 유명 제과점이 있어도 이 같은 매출을 보이고 있다. 대로변 커피점도 매출이 좋다. 하루 170만원 전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인근에 있는 경쟁점 매출도 양호한 편이다. 이 브랜드 커피전문점의 하루평균 매출이 140만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준수한 편이다.

5번 출구 쪽 제빵 프랜차이즈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점포는 하루 15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던 곳이다. 이 경우 가맹점주의 월손익은 임차료를 차감하기 전 800만원 내외가 된다. 통상 원재료 비중이 60%, 인건비가 15~20%, 카드와 포인트 적립금 등을 포함한 지출이 5~6% 정도이기 때문이다.

대로변 역세권에 면적 66㎡ 이상 점포인 점을 고려하면 월세가 300만원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맹점주의 수익이 그리 좋지 않았으리란 계산이 나온다. 투자금 대비 너무 적은 수익금을 견디다 못해 폐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1번 출구 쪽 대로변 스타벅스는 그야말로 대박 매출을 보이고 있다. 대로변에 드라이브스루점으로 문을 열어 차량 매출도 많다. 안쪽 깊숙이 이어진 동선에서 나오는 풍부한 유동인구가 점포 앞을 지나기 때문에 걸어들어오는 고객도 상당하다. 이곳 스타벅스는 초기부터 양호한 실적을 보이다 최근엔 월 2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역의 같은 도로를 낀 상가라도 입지에 따라 실적이 이렇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