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달리기와 무릎

입력 2020-05-06 18:11
수정 2020-05-07 00:22
걷기 달리기 등 야외활동을 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달리기가 몸에 좋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마라톤처럼 장거리의 경우 몸에 무리를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적잖다.

골프스타 타이거 우즈는 최근 인터뷰에서 “젊을 때 지나치게 많이 뛴 것이 무릎 부상으로 이어졌다”고 후회했다. 그는 투어 초기 5~6년간 1주일에 30마일(48㎞)을 뛰었다고 한다. 매주 마라톤 풀코스(42.195㎞) 이상을 달린 셈이다.

우즈의 발언으로 달리기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특히 “중장년기 마라톤은 무릎에 안 좋다”는 이야기가 다시 회자된다. 맞는 말일까.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말 ‘장거리 달리기가 중년층의 무릎 건강을 증진시키며 마라톤은 무릎에 좋을 수도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장거리 달리기 경험이 거의 전무한 40대 중반의 80명에게 4개월간 마라톤 훈련을 시킨 결과를 소개했다. 개중엔 무릎에 약간 문제가 있는 사람도, 멀쩡한 사람도 있었는데 대부분 무릎 건강이 좋아졌다는 내용이었다. 염증과 연골 손상은 줄었고 체중을 지탱하는 무릎 부위가 더 강해졌다는 것이었다.

앞서 미국 스탠퍼드대는 20년간 뛰어온 70~80대 노인들의 무릎 상태가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초기에 7% 정도가 무릎 통증을 호소했지만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반면 달리지 않은 그룹에서는 32%가 20년 후 무릎 건강이 나빠졌다. 중장년에 시작한 달리기도 무릎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마라톤 유해론’이 널리 퍼진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마라톤을 하면 활성산소가 많이 생겨 노화가 촉진되고 수명이 단축된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또한 과장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운동생리학 박사인 이윤희 씨는 “최근엔 활성산소가 면역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킨다는 연구도 있다”며 활성산소 때문에 달리기를 주저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물론 퇴행성 디스크 환자나 관절염이 심할 경우엔 예외다. 너무 장시간 뛰거나 잘못된 자세로 달리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권유다. 우즈의 경우 과도한 달리기에 파워풀한 스윙 충격까지 수없이 전해지면서 무릎이 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계절이 손짓하는 때다. 나이, 무릎 핑계대지 말고 신발 끈부터 조여보자.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