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코로나가 뒤덮은 글로벌 부동산 투자 시장…70조 묶인 국내 기관투자가 '긴장'

입력 2020-05-06 17:14
수정 2020-05-06 17:16
≪이 기사는 05월06일(17:0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영향이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제금융센터는 6일 "지난해 국내 기관투자가의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아시아 국가 중 최대"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국내 기관투자가가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아시아·태평양 지역 제외)에 투자한 규모는 170억달러(한화로 약 20조7800억원)에 달한다. 해외 부동산 투자 펀드 잔액도 약 50조원에 이른다.

국제금융센터는 "국내 기관투자가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질적으로도 성숙 단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부실화와 유동성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주거용 부동산 매수세가 위축되고 있다. 실업 증가와 가계 소득 감소 등이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경기 전망까지 꺾이면서 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 수요도 줄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쇼핑몰 공실률은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1월에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9.4%)을 웃돈 9.7%를 나타냈다. 추가로 공실률이 상승할 가능성도 높다.

부동산 경기 전망이 나빠지면서 미국의 부동산 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연기 비율은 지난 3월 초 0.25%에서 지난달 중순 5.9%까지 치솟았다. 연말까지 15%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부동산투자신탁도 약세를 띠고 있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실물경제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등으로 인해 상당 기간 부동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저금리·유동성 증가 등으로 반등할 테지만 경제 전반과 마찬가지로 'V자'형보다는 'U자'형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부문의 비중을 감안했을 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성장률이 감소하고 다시 실업 증가, 기업 경영 악화로 이어져 또 다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유럽 은행의 부실화 가능성도 우려했다. 유럽 은행들은 미국과 달리 주택 담보대출(모기지론)을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로 유동화하고 있어서다. 부동산 가격 하락 때 부실을 떠안을 수 있는 구조다. 커버드본드는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담보부채권의 일종이다. 발행 금융회사에 상환의무를 부여해 안정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김 위원은 "주거·상업용 부동산 가격 조정 전망과 미 모기지 시장 불안, 유럽 은행의 부실 확대 가능성 등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어 현재로선 시스템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코로나19 장기화로 부동산 침체·부실이 심화하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