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기간산업안정기금 설립준비단’을 발족해 본격적인 기금 설립 준비에 들어갔다고 5일 발표했다. 산은은 “금융위원회 등 관계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이달 기금 업무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현금이 바닥나는 대한항공을 비롯해 항공, 해운, 자동차 등 기간산업에 속한 기업에 신속한 지원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산은 내에 마련된 설립준비단에는 성주영 수석부행장을 단장으로 13개 부서장이 참여했다. 재원 조달과 금융 지원, 회계,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 등 기금 출범에 필요한 준비 작업을 맡았다. 이 기금의 설치 근거를 담은 산은법 개정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산은 측은 “기금을 조속히 출범시켜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기간산업 기업의 고용 유지와 경쟁력 확보를 돕겠다”고 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40조원 규모의 기금 채권을 찍어 조성한다. 여기엔 정부 보증이 붙는다. 이 돈을 주요 기간산업 기업에 대출, 보증, 출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지원금을 고액 연봉 지급이나 배당 등에 쓰지 않고, 직원들의 고용도 최대한 유지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산은은 채권 발행부터 사후 관리까지 기금 운용 전반을 책임진다. 기업들의 자금줄을 쥔 산은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산은은 지원 기업의 지분도 일부 확보해 ‘정상화 이익’을 회수할 계획이다. 산은법에 따르면 산은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기업들이 약속을 어기고 자금 회수를 방해하면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경영 개입’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다. 금융위 관계자는 “혈세로 조성된 기금의 손실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일 뿐”이라며 “기금을 지원한 기업에 경영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종이 지원 대상이고, 어떤 경우에 의결권을 행사할지 등은 금융위가 마련 중인 산은법 시행령에 명시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