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수 진영에서 제기한 선거 부정 의혹이 사전투표 존폐 논란으로 불이 붙었다. 일각에서는 사전투표를 없애거나 투표일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용호 의원(무소속)은 5일 성명서를 내고 "사전투표와 관련해 투표일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사전투표 조작설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런 선거부정이 일어날 소지는 없다"면서도 "사전투표제는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라고 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지역구인 이 의원은 지난 4·15 총선 때 호남에서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했다.
이 의원은 사전투표제가 동원선거에 취약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의원은 "각종 관변단체, 산악회, 종친회 등 자칫 관권, 금권, 동원선거로 흐를 수 있는 허점에 노출돼 있다"며 "사전투표일에 맞춰 각종 모임을 만들고, 관광을 빙자해 타 지역에서 투표를 하도록 동원하는 식"이라고 했다. 이어 "총선 시기 농한기를 맞은 농촌 지역구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제를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동원 선거는 사전투표제 폐지가 아니라 선거법 위반으로 다스리면 될 일"이라며 "2013년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여야 합의로 도입된 제도를 무력화하자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자유당 시절처럼 통째로 조작투표를 하고, 투표함 바꿔치기를 할 수가 있겠나"라며 '사전투표 조작설'에 대해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부정선거 여부는 인천 민경욱 (통합당) 의원이 투표함 보전 신청을 하고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으니 수작업으로 재검표를 해보면 바로 드러난다"며 "이론상으로는 부정 전자 개표가 가능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지금도 의문이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2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앞섰던 16대 대선을 언급했다. 홍 전 대표는 "(당시) 전자 개표기 조작으로 부정 개표를 했다는 설이 난무해 재검표를 해 본 일이 있었다"며 "재검표를 해보니 오히려 이회창 후보 표가 두 표 줄고, 노무현 후보 표가 세 표 더 많은 것으로 확인한 바 있었다"고 전했다. 홍 전 대표는 "차분히 민 의원의 수작업 개표를 지켜보고 부정 선거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며 "지금 섣부르게 단정하고 흥분할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