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숙원사업 현대차 GBC 첫 삽…부지 매입 6년 만

입력 2020-05-05 09:42
수정 2020-05-05 09:44


현대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이 이달 중 첫 삽을 뜰 것으로 보인다. 옛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한 지 약 6년 만이다.

5일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일 서울시 건축기획과에 GBC 착공계를 제출했다. 서울시는 이르면 6일께 착공허가를 내줄 것으로 알려졌다. 착공계 제출은 건설 공사 시작 전 마지막 단계다. 신고가 수리되면 바로 착공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작년 11월 26일 GBC 건축허가서를 교부했다. 당시 서울시는 2020년 상반기 착공, 2026년 하반기 준공 일정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9월 10조5500억원에 옛 한전부지를 매입했다. 토지매입대금은 현대차 55%, 현대모비스 25%, 기아차 20% 등의 비율로 나눠 부담했다.

현대차가 GBC를 착공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4년 9월 한국전력으로부터 삼성동 부지를 매입한 현대차는 2016년 착공을 목표로 했다가 정부 심의와 국방부 반대 등에 부딪혀 착공이 몇 차례 미뤄졌다. 서울시 환경영향평가와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도 넘지 못했고 569m 높이의 건물이 군 작전을 방해할 수 있다는 국방부의 반대도 있었다.

사업이 다시 본격화된 것은 정부가 대규모 기업투자프로젝트 조기착공 지원에 나서면서부터다. 작년 11월 서울시가 건축허가서를 교부하면서 급물살을 탔고 현대차가 국방부의 새로운 레이더 구입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관련 부처 합의도 마쳤다.

GBC는 높이 569m, 지하 7층, 지상 105층 규모로 국내 최고 건물로 건립될 예정이다. 업무시설, 숙박시설(관광숙박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공연장, 집회장, 전시장), 관광휴게시설, 판매시설이 들어서고 고층 타워동의 104층과 105층은 전망대로 쓰인다.

현대차는 GBC를 개발하며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등 9개 사업, 1조7491억원 규모로 공공기여를 한다. 영동대로 지하공간은 서울시가 위탁받아 공사를 하고 나머지 사업은 현대건설이 맡아 한 뒤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투자자를 유치해 GBC를 공동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동 부지는 미래 가치가 높지만 핵심사업인 자동차 분야에 주력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투자자들을 유치해 공동개발을 하려는 것"이라며 "수익을 창출해 현대차그룹 핵심사업에 재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변수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GBC 건립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도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착공을 하더라도 준공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