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가 낮은 본부장을 부장으로 강등시킨 한 공공기관의 인사조치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하위 직책으로의 강임을 통해 경영 효율화나 연공서열 구조를 깰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제2민사부는 A씨가 공공기관 B사를 상대로 제기한 강임 무효 확인소송에서 지난 2월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 공공기관 B사에 입사한 A씨는 2016년 2월 고객업무부장에서 투자지원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부장 직책에 해당하는 인적자원개발부 수석조사역으로 강임됐다. A씨는 개인 일탈 등으로 형사처벌이나 회사 징계를 받지 않았지만 저성과 등의 이유로 강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관의 취업규칙 제3조에는 “직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규칙이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않고는 그 의사에 반해 강임을 당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B씨는 이를 바탕으로 본인의 동의 없이 이뤄진 강임 발령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인사조치가 사측의 재량에 해당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B사의 취업규칙 5조에서 ‘경영상의 목적 달성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엔 팀장 이상 직책자를 하위 직책으로 강임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인사명령에 대해 업무상 필요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측을 대리한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해고는 어렵지만 강임 등의 방법으로 연공서열 구조를 깰 수 있도록 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