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 건. 올해 2월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화진료·처방을 허용한 뒤 지난달 19일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원격진료 건수다. 환자 만족도는 높았다. 병원에 가지 못하던 대구·경북 지역 등 전국에서 환자들이 의사와 통화하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끝나면 규제는 다시 살아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시작한 원격진료가 지속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한시적으로 원격진료가 허용된 지 70일이 지났지만 의료사고 등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처음 진료받는 환자가 아니라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허용한 데다 의료기관에서도 꼭 필요한 환자만 원격으로 진료했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는 불법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이 닥쳐도 활용할 수 있는 원격진료 시스템조차 없다. 1999년 첫 시범사업 이후 “원격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지만 21년째 의료법을 바꾸지 못했다. 오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동네의원 의사 등의 반대에 막혔다. 원격 모니터링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병원은 SK텔레콤과 함께 의사가 당뇨환자 혈당을 모니터링하다가 인슐린 투여량을 조절해주는 앱을 개발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인슐린 조절기능을 빼고 출시했다. 이 역시 의료법에 가로막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전화진료가 허용된 초기에는 의료기관들도 우왕좌왕했다. 처방전을 팩스로 보낼 약국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 3월 들어 일부 병원이 처방전을 앱으로 보내는 전자처방전을 도입하면서 이런 문제는 해결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