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계에 ‘직원공유’ 바람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인 여파가 업종별로 엇갈리는 가운데 ‘코로나 특수’ 기업들이 대규모 휴직을 한 ‘코로나 한파’ 기업 직원을 임시 채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직원 수만 명을 대상으로 90일간 무급휴직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 힐튼그룹은 3월 하순 다른 회사로의 임시 채용을 알선하는 내부 직원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무급휴직을 떠난 힐튼 직원은 이 홈페이지를 통해 아마존, 페덱스 등 직원공유 제휴를 맺은 약 80개사의 구직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아마존 등 제휴회사들의 구직 규모는 100만 명을 넘는다. 힐튼 직원은 휴직 기간 선택한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수입을 유지하다가 코로나19가 수습되면 복귀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직원공유에 나선 건 업종에 따라 코로나19의 파급효과가 양극화하고 있어서다. 이동 및 외출제한 등으로 수요가 급감한 관광, 식음료, 서비스업 등은 종업원이 넘쳐서 골머리를 앓는 반면 수요가 급증한 온라인 판매와 택배, 음식 배달업체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아마존은 3월 중순 이후 17만5000명, 음식배달 업체인 인스타카트는 55만 명의 종업원을 새로 뽑고 있다.
이종기업 간 직원공유는 업황이 부진하면 종업원을 해고하는 게 일반적인 미국의 기업문화에서 다소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와 같이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이 스스로 내놓은 대안이다.
미국보다 먼저 직원공유를 도입한 곳은 중국 알리바바 계열 해산물 전문 슈퍼마켓인 푸마생선이다. 푸마생선은 지난 2월 외식업체 등 40개 이상의 회사로부터 5000명 이상의 종업원을 임시 채용해 배달 직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푸마생선의 직원공유 사례를 도입한 결과 중국 정부는 외식업계 종업원 400만 명의 휴직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은 대형 유통업체인 이온과 신흥 배달전문 앱 회사인 데마에칸은 정부의 휴업요청에 응해 가게 문을 닫은 영세 음식점들 종업원을 배달 직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 슈퍼마켓 체인 알디도 맥도날드 직원을 임시 채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종기업 간 직원공유가 정부의 실업대책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업 상태가 장기화하면 정부의 실업보조금 지출이 급증해 국민의 납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야마다 히사시 일본종합연구소 이사장은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전직 형태로만 정직원을 다른 회사에 내보낼 수 있는 일본의 취업규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