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船마저 독주체제 깨졌다…조선업계도 '中의 위협'

입력 2020-05-04 17:16
수정 2020-05-05 00:48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선 독식’이 중국 업체에 깨지면서 조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아직 기술 격차가 커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면서도 독주체제가 흔들린 이상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최대 120척까지 발주가 예상되는 카타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국내 조선사들이 80척까지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예상을 깨고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총 16척 규모의 LNG선 건조 계약을 따낸 데 따른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한국조선해양은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LNG선 시장은 최근 수년간 한국이 점유율 80~90%를 유지하며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선박 발주가 뚝 끊어진 가운데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카타르 LNG 프로젝트 1차 물량을 중국에 뺏기자 국내 조선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LNG선은 척당 가격이 약 2억달러(약 2500억원)에 달해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다른 선박보다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2004년에도 이후 4년간 카타르가 발주한 LNG선 53척을 싹쓸이하며 호황의 발판을 쌓았다.

일단 조선업계는 중국의 LNG선 건조 능력에 한계가 있다며 카타르 LNG 프로젝트의 나머지 물량 싹쓸이 수주를 자신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들은 몇 년 전부터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후둥중화조선은 과거 수차례 고장과 폐선 사고를 일으켜 선주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2018년 호주 인근 바다에서 고장으로 멈춰선 LNG선 글래드스톤호도 이곳에서 건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둥중화조선의 LNG선 건조 도크로는 1년에 최대 4척밖에 건조할 수 없다”며 “나머지 물량은 대부분 한국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1분기 한국 조선사들은 36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해 151만CGT를 수주한 중국에 뒤졌다. LNG선 발주가 본격화되면 금세 뒤집을 수 있다는 게 조선업계 관측이다. 작년에도 한국 조선사들은 막판 LNG선 릴레이 수주로 역전에 성공했다.

변수는 중국이 수차례 사고를 일으키고도 이번 LNG선 계약을 따낼 정도로 막강한 구매력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을 줄이고 대신 꾸준히 LNG를 늘리고 있다. 가스전을 개발해 LNG를 팔아야 하는 카타르가 최대 고객인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등 다른 LNG 프로젝트에서도 중국이 구매력을 앞세우면 한국의 독주체제가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꾸준히 LNG선 건조 경험을 쌓는다면 한국과 기술력 격차가 예상보다 빨리 좁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