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기부 강요 아니라지만…" '국난극복 연대감' 자극 어쩌나

입력 2020-05-04 16:19
수정 2020-05-04 16:27


"재난지원금 기부는 선의의 자발적 선택입니다.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될 일이며 기부에서 느끼는 보람과 자긍심이 보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지급이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정부는 지원금 지급대상을 전 국민으로 넓히면서 자발적 기부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며 "형편이 되는 만큼, 뜻이 있는 만큼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기부금은 고용유지와 실직자 지원에 쓰일 것"이라며 "온 국민이 힘을 모아 경제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기부는 선의의 자발적 선택이다.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될 일이다. 기부에서 느끼는 보람과 자긍심이 보상"이라며 "많든 적든 어려운 이웃들과 연대하는 손길이 되고 국난 극복의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기부가 어디까지나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선택임을 분명히 했지만 이에 앞서 일부 종교기관과 금융기관은 공개적으로 기부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자발적으로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기업의 임직원들과 종교인들 포함하여 사회 곳곳에서 기부의 뜻을 모아가고 있다"며 "일선 지자체에서도 주민들의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많은 국민들은 좋은 취지라며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재난지원금 기부하고 느끼는 보람과 자긍심이 보상이라고? 돈을 주겠다는 건가 말겠다는 건가", "'기부'지원금이냐? '재난'지원금이냐?", "재난지원금 전 국민 주면서 기부하라고 부담 안주면 좋겠다. 대신 지역에서 많이 써주면 오히려 지역경제 활성화 되고 좋지 않을까"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재난지원금 기부 독려'가 국난 극복을 위해 똘똘 뭉치는 국민성에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똘똘 뭉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외환위기 때는 금 모으기 운동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IMF를 졸업한 나라이고,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사재기도 없고, 사회적인 거리두기 캠페인을 실천하며 감염병 방역의 모델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재난지원금 기부로 나라는 또 다시 둘로 나눠져 싸우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아이디 bmsa****는 "살 만 하면서 기부하지 않은 사람은 '비양심 인간 취급하고' 형편이 좀 어려운데 받지 않거나 기부한 사람은 '애국자나 영웅' 취급하며 언론에 대서 특필할 게 뻔하다. 벌써부터 누구누구가 기부 1호라는 등 시끄러운데"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신청 개시일로부터 3개월 안에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기부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기로 했다. 오는 11일부터 온라인 신청이 시작되며 8월 11일까지 신청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기부되는 셈이다. 또는 신청할 때 일부는 기부하고 남은 금액만 받을 수 있고, 또는 추후에 더 기부할 수도 있게 할 방침이다.

사회 곳곳에서 기부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조계종은 중앙종회 의원과 본말사 주지 등 스님 5000여 명의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도 5급 이상 공무원들이 모두 기부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민간기업도 참여도 이어지고 있는데 메리츠금융그룹도 계열사 임직원 2700여 명이 자발적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도 기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의원과 당선인들이 잇따라 기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