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샤넬 앞 다시 대기줄…해외여행 대신 '보복 소비' [현장+]

입력 2020-05-04 16:13
수정 2020-05-04 16:19

#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주현씨(39·가명)는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서울 근교 아울렛을 찾아 명품 브랜드의 지갑과 벨트를 구입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황금연휴'에 맞춰 당초 해외여행을 계획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막혀 드라이브겸 쇼핑에 나선 결과다. 이 씨는 "그동안 눈독 들이던 브랜드의 지갑을 구입했다"며 "해외여행비가 굳은 김에 명함지갑, 벨트와 함께 마련했다"고 말했다.

# 4일 오후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본점 샤넬 매장 앞. 법정공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객들이 자취를 감췄던 백화점 1층도 활기를 띄는 모습이었다.

중국에서 나타난 ‘보복 소비’(코로나19 때문에 미뤄뒀던 소비를 보복하듯이 한다는 의미)가 한국에서도 시작된 것일까.

황금연휴 기간 국내 주요 백화점과 아울렛 명품 매장 앞엔 다시 코로나 이전의 일상이던 대기행렬이 늘어섰다.

백화점 명품 매출도 덩달아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크게 증가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롯데백화점의 해외명품 매출은 지난해 연휴기간(2019년 5월 3~6일)보다 19% 뛰었다. 전체 매출이 2.3% 감소한 반면 명품 매출은 훌쩍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의 교외형 아울렛 6곳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한층 두드러졌다. 해외명품 매출은 35% 급증했다. 이에 전체 매출도 16.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 제품(매출 증가율 8%)보다 남성 제품(22%) 매출의 성장폭이 세 배 가까이에 달한 점도 특징이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에서도 명품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해당 기간 전체 매출이 3.3%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명품 매출은 22.1% 급증했다. 아웃도어(21.8%)와 함께 생활가전과 홈 퍼니싱, 침구 등이 속한 생활(21.2%) 부문 등도 매출 신장이 두드러졌다.


현대백화점 역시 명품 매출 신장세가 나타났다. 황금연휴 기간 매출을 지난해 5월 같은 요일(2019년 5월 2~5일)과 비교한 결과, 명품이 속한 해외패션 매출이 35.7% 뛰었다. 이와 함께 골프(21.9%), 리빙(30.9%) 등도 매출이 크게 늘어 전체 매출이 8.8% 증가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아울렛에서의 소비도 늘었다.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매출이 25.7% 늘었다.

유통업계에서는 그동안 눌렸던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해외명품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 꾸미기 수요가 늘었고, 예비 신혼부부의 혼수 가전 등으로 매출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교외형 아울렛을 중심으로 한 고객 방문이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늘었다"며 "연휴 기간 통상 해외를 나가던 소비자들의 소비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명품, 생활가전(대형 가전)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연휴 기간 자사 백화점 방문객수가 5.5% 늘었는데 아울렛을 중심으로 고객 방문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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