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돌아오지 않는다"…미중 갈등 지속 전망

입력 2020-05-04 13:42
수정 2020-05-04 13:44


미국 월가에는 '5월장에는 팔아라(셀 인 메이·Sell in may)'는 격언이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의 주식투자 수익률이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의 수익률에 비해 떨어진다는 통계적 결과를 바탕으로 나온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포를 딛고 반등했던 증시가 주춤하면서 이 격언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 '큰 손'으로 불리는 외국인들이 이달에도 돌아올 가능성이 낮은 만큼 증시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국 투자심리 악화, 수출 실적 부진 우려"

5월의 증시 첫 날인 4일 코스피지수는 오후 1시39분 현재 전거래일보다 1.93% 내린 1909.89에 거래 중이다. 장중에는 1900선을 이탈하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671억원, 4877억원어치 주식을 팔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 것이란 우려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매해 5월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았던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는 다른 때보다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쳐 본격 확산한 3~4월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단 4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팔자였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만 17조3800억원에 달한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이 돌아오지 않는 배경으로 신흥국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 및 수출 부진으로 약화된 국내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꼽았다. 지난달 국내 수출액은 3692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2012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그는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컴퓨터(재택근무), 바이오헬스(진단키트)를 제외한 13개의 주력 수출 품목이 전년 동월보다 10~60% 감소했다"며 "반도체와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품목의 수출이 줄어든 건 관련 업종에 악재가 될 게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의 '셀 인 메이'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이번달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서다. 또 돌발 악재로 떠오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이 연구원은 무역전쟁에서 시작해 코로나19로 정점을 찍은 미중 갈등이 미국 대선 전후인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코로나19 우려가 완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며 "대(對)중국 압박은 재선을 앞둔 트럼프의 긴요한 선거전략이 될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도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봤다.

◆"코스피, 상승 탄력 둔화 불가피"

이 연구원은 외국인의 증시 귀환이 불확실해지면서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최근 코로나19 불안이 사그라들고 주요국 봉쇄 조치가 완화하면서 급등했던 증시가 피로를 풀 시기가 됐다는 점도 진단의 근거로 삼았다.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하며 공포심리가 시장을 지배했던 지난 3월19일 코스피지수는 1439.43(장중)까지 추락한 후, 현재(4월29일 종가 기준)는 35% 가량 오른 상태다.

김대준 연구원은 "개인이 이끌어 온 증시에서 외국인으로의 손 바뀜이 없다는 건 상승 제한을 의미한다"며 "지금 시장은 기술적 반등 후반부에 접어든 상태"라고 지적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달 코스피지수가 1700~2050선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추정하며 "보수적인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곽 연구원은 "경기 및 리스크 관련 지표 불안, 미국중앙은행(Fed)의 자산 매입 속도 감소,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 등을 감안할 때 5월에는 쉬어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이 기간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주식 비중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주요국의 경제 정상화 속도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상황,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 등을 주목하라고 덧붙였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