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과실 없는데 본부장서 부장으로 강등?…법원 "회사 재량권"

입력 2020-05-04 16:10
수정 2020-05-04 16:16

공공기관이 경영 효율화 등의 목적으로 본부장을 부장으로 강등시킨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제2민사부는 A씨가 B 공공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강임무효 확인소송에서 지난 2월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 공공기관 B사에 입사한 A씨는 2016년 2월 고객업무부장에서 투자지원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같은해 10월 부장 직책에 해당하는 인적자원개발부 수석조사역으로 강등됐다. A씨는 개인 일탈 등으로 형사처벌이나 회사 징계를 받지 않았으나 저성과 등을 이유로 강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관의 취업규칙 제3조에는 “직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규칙이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않고는 그 의사에 반해 강임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B씨를 이를 바탕으로 본인의 동의 없이 이뤄진 강임발령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사의 취업규칙 5조에 ‘경영상의 목적 달성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엔 팀장 이상 직책자를 하위 직책으로 강임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인사명령에 대해 업무상 필요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지평의 이광선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해고는 어렵지만 강임 등의 방법으로 연공서열 구조를 깰 수 있도록 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