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기술이 공장 근로자들 사이의 거리 두기에 활용되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의 속도와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고안된 웨어러블(착용형) 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리그가 중단되면서 미국프로농구(NBA)와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의 경기력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장치가 독일, 스위스, 미국 등지의 근로자들에게 배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스타트업 키넥슨이 제작한 성냥갑 크기의 이 웨어러블 센서는 원래 뉴욕 닉스, 시카고 불스와 같은 농구팀과 파리 세인트 저메인 같은 축구팀이 활용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장 근로자 등이 서로 거리를 유지하는 데 이 센서를 이용하고 있다. 센서들은 서로 근접하면 경고 신호를 보내며 얼마나 오랫동안 근접해 있었는지도 기록해준다.
세이프존이란 이름이 붙은 이 제품은 다국적 물류회사와 식품업체, 자동차 부품업체 등이 사용하고 있다. 직원들은 손목에 센서를 착용하거나 신분증 등에 부착할 수 있다. 키넥슨은 "초광대역 추적 기술을 활용하는 세이프존이 블루투스나 무선 인터넷에 기반한 다른 추적 도구보다 10배가량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키넥슨의 센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직원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그들이 접촉한 사람들에게 경고할 수 있다. 또 자산과 도구를 특정 업무에 맞게 원격으로 최적화하고, 이동하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등 공장의 디지털화를 도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올리버 트린체라 키넥슨 공동 창업자는 "센서 아이디(ID)와 거리, 시간 등만 측정할 뿐 데이터는 익명화된다"고 말했다.
키넥슨 센서는 원래 스포츠 데이터를 얻도록 고안됐다.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선수들의 심박 수와 땀은 물론 움직임까지 모니터링해 심층 분석을 가능하게 해준다. 코치가 경기 진행에 따라 전술의 미세 조정도 가능하다. 이 장치는 또 피로를 측정하고 부상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앱이 단거리 블루투스 신호를 통해 근처에 있는 다른 스마트폰의 기록을 수집한 뒤 감염자로 등록된 이용자가 근접하면 경고해주는 방식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내놓은 '트레이스 투게더'라는 이름의 앱도 블루투스를 활용해 반경 2m 내 확진자가 있을 경우 사용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