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는 지난 3월 19일 428.35까지 추락했다. 장중에는 419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2011년 10월 유럽 금융위기 때 봤던 수준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었다. 위험자산 회피의 결과였다.
하지만 회복도 빨랐다. 지난달 29일 645.18을 기록했다. 저점 대비 50.6% 올랐다. 같은 시기 코스피지수는 33.6%, 미국 나스닥지수는 25.4% 회복하는 데 그쳤다. 개미들이 투자영역을 코스닥까지 넓히며 반등을 이끌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금지해 충격을 완화했다. 코로나 시대의 유망주인 제약바이오, 언택트(비대면) 관련 종목들은 빠른 회복의 주역이 됐다.
바이오에 집중한 개인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3월 12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7주간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에서 순매수한 종목을 분석해 봤더니 상위 10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제약·바이오 관련 종목이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2494억원) 씨젠(1353억원) 메디톡스(1241억원)가 순매수 톱 3였다.
주간 단위로 개미들의 ‘이동 경로’도 파악해봤다. 팬데믹 발표 후 첫째주 제약·바이오 관련주가 전체 순매수(상위 10개 기업 기준)에서 차지한 비중은 24%에 불과했다. 플레이디(광고) 엔피디(스마트폰 부품) 등 코스닥에 갓 입성한 종목과 유비쿼스홀딩스(5G 장비) 원익IPS(반도체 장비) 등 투자 분야도 다양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된 둘째주부터는 제약·바이오 투자 비중이 급속히 뛰어 70% 이상으로 늘었다.
총선 직전(4월 9~15일)에는 잠시 제약·바이오 쏠림 현상이 완화됐다. 여당이 승리하면 시스템 반도체와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에 네패스(반도체 후공정) 테스나(반도체 후공정) 솔브레인(반도체 소재) 동진쎄미켐(반도체 소재) 테스(반도체 장비) 등의 업체들이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총선 다음주 제약·바이오 관련주 비중이 다시 88%까지 뛰었다. 당시 제약·바이오 시장을 뒤흔드는 사건이 두 건이나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툴리눔 톡신을 제조하는 메디톡스의 제조 및 판매를 중지하면서 휴젤 등 경쟁사 주가가 급등했다. 미국 길리어드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에 효능을 보였다는 소식도 나오며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4월 23~29일)에는 제약·바이오 관련주 비중이 52%로 줄어들었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코로나 이후’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튜디오드래곤, 아프리카TV 등 언택트 관련주와 RFHIC, 케이엠더블유 등 5G 관련주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소·부·장에 분산한 기관
지난 3월 12일 이후 개인과 달리 기관은 소·부·장 관련주에 분산 투자했다. 지난달 29일까지 7주간 기관의 코스닥시장 상위 순매수 종목 중 제약·바이오 관련주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알테오젠뿐이었다. 스튜디오드래곤 등 언택트 관련주와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아이티엠반도체 이오테크닉스 등 소·부·장 관련주가 골고루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인은 개인투자자들과 비슷한 투자패턴을 보였다. 에이치엘비 코미팜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젬백스 네이처셀 등 제약·바이오에 집중 투자했다. 순매수액 1위는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게임업체 펄어비스(1170억원)였다.
시장에서는 ‘코스닥의 질주’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수석전문위원은 “코스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은 한국이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IT(34%)와 바이오(30%) 업종”이라며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 경기소비재, 금융 등의 비중이 커 외부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유가증권시장보다 이익 변화가 안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제약·바이오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제약·바이오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시장의 미래 가능성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