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 너무 높다"…CEO 머스크가 밝힌 이유

입력 2020-05-03 14:39
수정 2020-06-08 00:02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주가가 너무 높다"고 밝힌 뒤 시가총액 140억달러 (약 17조원)가 증발했다. CEO가 회사 주가가 높다고 불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그 배경을 놓고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 1일 트위터에 "내 생각에 테슬라의 주가는 너무 높다"고 올렸다. 주당 760달러 안팎이던 주가는 순식간에 683.04달러까지 급락했다가 결국 10.3% 내린 701.32달러로 마감됐다. 트윗 하나로 시총이 140억달러 감소했다.


머스크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주가와 관련된 트윗으로 물의를 빚었다. 특히 2018년 "주당 420달러에 비상장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올렸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았다. 그 일로 벌금 2000만달러를 냈고, 향후 재무와 관련된 트윗은 법률자문을 거치기로 합의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농담인지 혹은 법률자문을 받았는 지' 묻자 "아니오"라고 답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격분하며 SEC 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CEO의 무책임한 트윗으로 자산 10%를 날린 때문이다.

월가 일부에선 머스크가 주식 매각을 앞두고 일부러 흘린 트윗이라고 추정한다. 머스크는 2018년 연봉을 받지 않는 대신 향후 시총 규모에 따라 최대 558억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는 단계적 보상 계약을 맺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시총 1000억달러다. 향후 한 달 연속, 그리고 6개월 평균 시총 1000억달러가 유지되면 첫 보상으로 168만주를 받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시총은 1293억달러로 다음주면 스톡옵션을 받게된다. 취득가(300달러대)를 내고 받아 즉시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3억7000만달러를 벌 수 있다. 이 주식은 매각이 5년간 금지되지만, 기존 보유주식을 팔면 된다. CEO가 "주가가 너무 높다"고 밝힌 뒤 며칠 뒤 매각하면 비난을 피할 좋은 핑계가 될 수 있다는 추정이다.

머스크 CEO는 이날 또 다른 트윗에서 "나는 거의 모든 물리적 소유물을 팔고 있다. 집도 소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돈을 모아 스페이스X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현금흐름이 악화된 테슬라가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커버넌트(채권자 보호를 위해 준수키로 한 조건. 지키지 못하면 조기상환해야함)에 포함될 주가의 조건을 낮추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난 3월23일 캘리포니아주의 자택 대피령으로 가동 중단된 프레몬트 공장에서만 한 주 3억달러의 현금이 소요되고 있다. 테슬라의 보유현금은 1분기 18억달러가 증가해 81억달러에 달하지만, 1분기 잉여현금흐름은 8억9500만달러가 감소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 2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에 내려진 영업폐쇄 조치 등에 대해 ‘파시즘’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날 "이제 사람들에게 자유를 돌려주라"는 트윗도 올렸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