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美 4대 항공사 주식 전량 매도…항공산업 당분간 답 없다"

입력 2020-05-03 11:01
수정 2020-05-03 15:46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했던 미국 4대 항공사 주식을 전부 처분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업계 타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2일(현지시간) 미국 야후파이낸스가 중계한 벅셔해서웨이 연례 가상 주주총회에서 버핏 회장은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네 개 기업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며 “당초 매입한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팔았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각 항공기업 주식을 ‘손절매’했다며 “이번 투자는 내 실수”라고 말했다. “우리는 4개 기업에 총 70억~8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지난달 각 부문에 걸쳐 보유 주식 65억 달러(약 8조원) 어치를 매도했다. 이중 대부분이 항공업 주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 주식 매도분이 60억 달러를 차지한다고 쳐도 최소 10억~20억 달러(약 1조2200억원~약 2조4500억원)를 날렸다는 얘기다. 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 항공 주가는 올들어 약 45~70%씩 내렸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한동안 항공업에 투자하지 않았다가 2016년부터 미국 4대 항공사 지분을 늘렸다. 작년 말엔 각 사 지분 평가액이 총 100억 달러에 달했다. 각 사 지분도 7~10% 가량으로 비교적 높았다. CNBC 등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아메리칸항공 지분은 10%(약 4250만주), 델타항공 지분은 11%(약 7190만주), 사우스웨스트항공 지분은 10.5%(약 5360만주)였다. 유나이티드항공 지분은 7.6%(약 2190만주) 보유했다.

버핏 회장은 “항공업에 있어 세상은 변했다”며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에 의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각 항공사는 과도한 고정비용 부담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이날 개별 항공사 경영 상황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각 항공사 경영진들을 존중한다”며 “그들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만 말했다.

앞서 지난달 초 벅셔해서웨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주식 일부를 각각 매각했다고 알렸다. 미국 4대 항공사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는 것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핏 회장은 “업계가 유망하다고 생각하면 주식을 최대한 많이 사서 장기 투자한다”면서 “그러나 마음이 바뀌었다면 반쪽짜리 조치를 취하는 대신 포지션을 완전히 조절하는게 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