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준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가 90.1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처음 이뤄졌던 1981년(183.6)의 절반 수준이다.
전국경제인합회는 3일 지난 37년 간 연도별 기업가정신지수를 정리해 발표했다. 기업가정신지수는 총 5개부문 14개 항목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한다. △기업에 대한 호감도 △직업으로서 기업가에 대한 선호 정도 △창업 열기 △전체 기업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기업과 관련된 입법 활동의 양상 등을 감안한다.
10년 단위로 기업가정신지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하락 추세가 뚜렷하다. 1981~1990년에 158.6, 1991~2000년 100.8, 2001~2010년 85.4, 2011~2020년 88.2 등을 기록하며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대 평균 기업가정신 지수(88.2)는 1980년대(158.6)보다 44%가량 하락했다.
대기업 비중 감소가 기업가정신지수를 떨어트린 요인으로 꼽힌다. 1981년 7%였던 대기업 비중은 2018년 1%대까지 하락했다.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그렇다고 창업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인구 10만 명당 사업체 수는 조사가 시작된 1993년 약 352.7개에서 2018년 654.6개로 늘었다. 창업엔 적극적이지만 기업을 크게 키우겠다는 의지는 약화됐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입법이 늘어난 것도 기업가정신지수에 악영향을 줬다. 20대 국회(2016~2020년)가 발의한 법안은 2만4014건이다. 491건이었던 11대 국회(1981~1985년) 때보다 50배 가까이 법안 발의가 늘었다. 법안을 만드는 게 국회의 본업이기는 하지만 과도한 발의로 불필요한 기업규제들도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기업가정신지수가 가장 많이 떨어진 시기는 외환위기 포함된 1991~2000년이다. 특히 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은 기업가정신지수가 76.7로 조사기간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1991년 100대 7이었던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2000년 1000대 2로 치솟았을 만큼, 도전정신이 사라진 시기라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대기업 비중이 급감한 때이기도 하다. 1990년 2.5%였던 대기업 비중은 2000년 1.1%까지 추락했다.
전경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가정신 지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려면 기업가정신의 발현이 절실하다”며 “친기업적 경영환경 조성, 기업규제 법안의 신중한 발의, 기업가에 대한 인식 제고 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