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 vs "조기 全大"…통합당 원내대표 후보들 물밑경쟁

입력 2020-05-01 17:23
수정 2020-05-02 00:54

미래통합당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둘러싼 당내 물밑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새 원내대표 후보군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자”는 쪽과 “‘관리형 비대위’ 체제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는 쪽으로 양분된다.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찬반 여부가 오는 8일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1일 현재 통합당에서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의원은 한 명도 없다. 다만 유력하게 거론되는 원내대표 후보로는 21대 총선에서 5선에 성공한 주호영(대구 수성갑)·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과 권영세 당선자(4선·서울 용산), 유의동(3선·경기 평택을)·김태흠(3선·충남 보령·서천) 의원, 조해진 당선자(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등이다. 애초 유력 충청권 주자로 거론된 정진석 의원(5선·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경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중 주호영·유의동 의원과 권영세 당선자는 ‘김종인 비대위’를 세워 당을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합당 ‘텃밭’인 대구·경북(TK) 대표 주자로 나선 주 의원은 이날 “당내 많은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며 “당의 진로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뒤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했다.

반면 조경태·김태흠 의원과 조해진 당선자는 조기 전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기한 없는 ‘김종인 비대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조 당선자는 이날 라디오방송에 나와 “통합당은 20대 국회에서 세 차례 비대위 체제를 거쳤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다”며 “이는 외부 사람에게 당의 운명을 맡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진 통합당 의원 다수가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총선 당선자 중에 초·재선 의원(전체 당선자 84명 중 60명)이 많은데, 이 중 상당수는 ‘김종인 비대위’로 가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종인 카드’에 찬성하는 후보가 원내대표에 당선되더라도 비대위가 출범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한 당직자는 “‘김종인 비대위’의 선결 조건인 비대위 활동 기간 연장을 위해선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일부 당 중진의 반대 속에 개회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정우택 전국위원회 의장도 지난달 30일 통합당 최고위원회 측에 “지금으로선 상임전국위를 다시 여는 게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종인 체제’가 들어서면 ‘황교안 (전 대표) 체제’보다 정체성이 더 모호해지고, 계파 분열도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