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값이 8년 만에 월간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도 11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3구의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0.63% 하락했다. 월간 기준으로 2012년 11월(-0.63%) 이후 8년 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앞서 정부 공인 시세 조사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초 서울 아파트값이 41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민간 시세조사업체의 통계로도 하락세가 확인된 것이다.
강남3구 아파트값이 먼저 하락하면서 서울 전체 시세를 끌어내렸다. 강남3구는 지난 2월 -0.02%, 3월 -0.17%, 지난달 -0.63%를 기록하며 최근 3개월 연속 낙폭을 확대했다. 이에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0.17% 하락해 지난해 5월(-0.04%) 이후 11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남 3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지난달까지 대부분 1억원가량 떨어졌다고 부동산114는 설명했다.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작년 말 대책 발표 이후 1억3000만~1억4000만원 떨어지며 변동률 기준으로 6~7% 하락했다. 같은 시기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와 압구정동 신현대 등이 1억1500만∼2억7000만원 떨어졌다.
서초구는 반포동 주공1단지, 반포자이, 아크로리버파크 등이 7500만~1억5000만원 하락했다. 송파구는 잠실동 주공5단지, 잠실엘스, 신천동 잠실파크리오 등이 6500만∼1억7500만원 하락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12·16 대책으로 자금출처 조사가 강화되고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다”며 “서울 강남권이 이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 2월 말부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아파트값 하락세가 비강남권과 경기도 일대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용산구가 0.12% 떨어졌고, 영등포구는 지난달 마지막주 기준으로 약세 전환했다. 경기도에서는 그간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한 과천(-0.05%)이 떨어졌고, 위례신도시(-0.02%)도 지난달 들어 하락했다. 하락 추세는 이달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윤 수석연구원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여당이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주택시장 규제도 유지될 것”이라며 “당분간 우하향 추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