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애플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탓에 올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생산 차질을 빚었고, 지난달부터는 전 세계 애플스토어 460여곳의 영업을 무기한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제품 매출액이 급감했다. 다만 최근 힘을 주고 있는 콘텐츠 사업은 크게 성장했다.
30일(현지시각) 애플은 실적발표를 통해 미국회계연도 기준 올해 2분기(1~3월·1분기) 매출액이 약 71조835억원(583억1300만달러)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 증가한 수치다. 다만 영업이익은 약 15조6678억원(128억53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급감했다. 주당순이익은 약 3108원(2.55달러)였다.
사업부 실적을 보면 제품 매출액은 약 54조8123억원(449억65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특히 애플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아이폰 부진이 두드러졌다. 1분기 아이폰 매출액은 약 35조3046억원(289억62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컴퓨팅 제품 등 디바이스 매출도 줄었다. 맥은 6조6447억원(54억5100만달러), 아이패드는 약 5조3245억원(43억6800만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9%, 10.3% 줄은 수치다. 다만 웨어러블 및 홈액세서리 사업 매출은 약 7조6601억원(62억8400만달러)으로 지난해보다 22.5% 확대됐다.
제품 실적 저하는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최근 선전하던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역별 매출을 보면 △미주 약 31조515억원(254억7300만달러) △유럽 약 17조4243억원(142억9400만달러) △중화권 약 11조5256억원(94억5500만달러) △일본 약 6조3461억원(52억600만달러) △기타 아시아 약 4조7358억원(38억8500만달러)였다. 중화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로 급감했고, 일본과 미주도 5.9%, 0.5% 감소했다.
부진했던 제품 매출액과 달리 서비스 부문 매출액은 약 16조2712억원(133억480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16.6% 성장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아이폰 없는 성장'을 모토로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애플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을 비롯해 애플아케이드 애플팟캐스트 아이클라우드 애플케어 애플TV 플러스 등 '애플 서비스'를 강화하며 콘텐츠 기업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언택트' 문화가 퍼지며 애플 서비스도 수혜를 본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실적 공개와 함께 향후 코로나19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애플은 코로나19 확산이 그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2분기 실적 전망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또 자사주 약 60조9500억원(500억 달러)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팀 쿡 애플 CEO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부문과 웨어러블 부문에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준 임직원에게 감사한다"며 "3~4월보다는 거시경제 환경이 좋아지고 있고, 공급망도 정상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매장이 언제 열릴지, 소비자들이 언제 이동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지에 대해서 불확실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