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르면 13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가구당 40만~100만원의 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코로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급하던 각종 지원금은 소득이나 자격 여부를 따졌지만 이번 재난지원금은 말 그대로 '전 국민'이 대상이다.
그렇다보니 지급 대상에는 미결수와 기결수 등을 포함한 수감자들도 포함된다. 이들은 상품권 대신 현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주빈 이원호 등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유포한 ‘n번방’ 범죄자도, 강호순 조두순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에게도 물론 지급된다.
정부는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기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일단 국민이면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범죄자 세금 지원이 국민정서에 반하는데다 이들은 수감 상태여서 코로나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편복지의 이름으로 국민 혈세를 지급해야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흉악범·사망자도 코로나지원금 받는다고?
1일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지원금 지급은 ‘전 국민에게 예외 없이’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따라 죗값을 치르기 위해 감옥에 있는 수형자도 코로나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코로나지원금 지급 세부 기준을 마련 중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국민인 범죄자도 기결수인지, 미결수인지 여부에 관계 없이 다 받는다”고 했다. 한때 법무부는 상품권을 쓰기 어려운 수형자를 위해 코로나지원금을 상품권이 아니라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결국 현금 지급 대상자에 수형자를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이 되는 기준일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급 대상은 3월 29일 기준 주민등록법에 따라 가구별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3월 30일 이후 한 달여간 사망자가 지급 대상에 포함되는 반면 출생자는 제외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결국 정부는 내부 논의 끝에 3월 30일 0시 이후 사망자는 지급 대상에 넣지 않고, 출생자는 넣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3월 29일 기준 3인 가족이었다 하더라도 4월에 아기가 태어나 4인 가족이 되면 8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세대주가 일괄 신청해 수령하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3월 29일 이후 사망자도 세대주가 신청하면 지원금을 받게 되는 구조였으나 행정절차를 가다듬어 사망자는 제외하고 출생자는 포함해 현실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어려운 범죄자 등이 코로나지원금을 받는 반면 정작 지원금이 필요한 사람들은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3개월내에 받아가지 않으면 자동 기부한다'는 규정 탓에 정작 신청절차 등을 잘 모르는 고령자, 벽지 생활자 중에는 상당수의 미수령 사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편복지의 맹점…“담뱃값으로 다 쓴다”
보편적 복지의 맹점들은 코로나19로 정부의 복지 지원이 급격히 늘면서 속속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9일 개시된 경기도 재난지원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급자 중 상당수는 지원금을 담배 구입에 쓰고 있다. 일부 지역 가게에서는 담배를 대량으로 구매하려면 전화로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현행 담배 세금은 판매금액의 73.8%, 원가를 제외한 마진율은 9.3%에 불과하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팔면 고작 418원이 남는 셈이다. 재난으로 인한 소득 감소를 보전하고 소상공인들을 돕자는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지원금을 담배 구입에 ‘올인’했다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렇다. 경기도 재난지원금은 백화점, 대형마트, SSM, 복합쇼핑몰, 유흥·사행업소 등을 제외한 연매출 10억원 이하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동네 가게에서는 대형마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물건을 구입해야 한다. 찾는 상품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여기에 재난지원금의 사용 기한까지 고려해야 한다. 신선 식품 등을 대량으로 샀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다. ‘대형마트와 동네 가게에서 동일한 가격에 살 수 있고, 보존성이 좋은 재화’. 바로 담배다.
이처럼 보편적 복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 사례는 많다. 이달 지급이 시작되는 전 국민 코로나지원금 역시 앞선 보편 복지 정책들의 문제점을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 2009년 금융위기에 대응해 국민 1인당 1만2000엔(약 14만원)을 지급하는 ‘정액급부금’ 정책을 펼쳤지만 국민의 상당수는 이를 소비하지 않고 저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소비자물가가 1.6% 하락하는 등 소비가 활발히 일어나지 않았고, 나랏빚만 30조원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성수영/하수정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