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이달 초 현대차 GBC 착공 허가

입력 2020-04-30 17:32
수정 2020-05-01 00:17
서울시가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는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에 대한 착공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현대차가 2014년 9월 옛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한 지 5년8개월여 만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지고 판매량도 급감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적잖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30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서울시 건축기획과에 GBC 착공신고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착공신고서 제출은 건설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밟는 마지막 행정절차다. 서울시는 심각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이달 초 신고확인증을 발급해 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GBC 착공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3월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 관련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GBC는 높이 569m, 지하 7층~지상 105층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GBC 경제적 효과 크지만…코로나 위기로 사업 속도 내기는 어려울 듯
글로벌 자동차업계 불황에…기관투자가들도 '몸조심' 분위기

한국도시행정학회에 따르면 GBC(조감도) 개발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27년간 약 26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도 121만5000여 개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시 전체 일자리의 4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하지만 사업이 가시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게 큰 걸림돌이다. 자동차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지역의 판매망은 대부분 마비된 상태다. 거의 모든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재고가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가 언제 개발될지 몰라 판매 정상화 시점을 예상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같은 이유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선뜻 자금을 투입할지도 미지수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의 착공 인가는 의미있는 소식이지만 공교롭게도 시기가 좋지 않다”며 “기관투자가들이 안심하고 자금을 투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당초 현대자동차그룹은 2016년 말을 착공 목표로 정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서울시 환경영향평가와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며 착공 일정은 한없이 미뤄졌다. 국방부와의 문제도 얽혀 있었다. 국방부는 569m 높이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군 작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GBC 설립을 반대했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정부가 경기침체 타개를 위해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의 조기 착공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다. 1년여 동안 수도권정비위에서 세 차례나 보류됐던 GBC 사업은 정부 기조가 바뀌자 곧바로 심의를 통과했다.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이 새 레이더 구매비용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국방부와 GBC 건축에 합의하는 데도 적극 중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타래처럼 꼬여 있던 착공 문제를 풀기 위해 박원순 시장이 백방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3조7000억원에 달하는 GBC 공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투자자와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해외 연기금과 국부펀드, 글로벌 투자펀드 등 외부 투자자를 모아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