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연기하고, 기금 끌어오고…2차 추경 12.2조원 재원 마련 '꼼수'

입력 2020-04-30 17:14
수정 2020-05-01 01:06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마련된 12조2000억원 규모의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30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2조1000억원을 더하면 총 14조3000억원이 코로나지원금으로 사용된다.

정부는 12조2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8조8000억원은 세출을 구조조정하고 3조4000억원은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세출 구조조정 규모를 늘려 적자국채 발행을 최소화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예산 집행을 내년으로 미뤘거나 향후 본예산에서 보전해줘야 할 기금을 끌어다 쓴 형태가 대부분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세출 구조조정 8조8000억원 중 가장 많이 삭감된 것은 사업비다. 국방, 사회간접자본(SOC), 공적원조(ODA) 등의 분야에서 2조8956억원을 감액했다. 하지만 사업 자체를 축소하기보다 예산 집행 시기를 조정한 것이 대다수다. F-35A, 해상작전헬기, 광개토3 이지스함 등을 도입하기 위해 올해 부담하기로 했던 예산 중 7120억원을 내년 이후에 지급하는 것으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국도·철도·공항 등의 건설 일정이 연기된 것을 감안해 약 8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추경 심사보고서에서 “정부 사업비 감액 총액의 88.5%가 내년 이후로 집행을 미룬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 공공자금관리기금 중 외국환평형기금 2조8000억원을 삭감했다. 원화 강세 때에 대비해 달러를 매입할 용도로 확보한 자금이다. 역시 코로나19로 원화 강세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리와 유가 인하를 활용한 세출 구조조정 항목도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금리가 하락한 것을 반영해 올해 신규 발행할 예정인 국고채 이자율을 연 2.6%에서 2.1%로 낮추는 방식으로 3000억원을 마련했다. 국제 유가 급락세를 감안해 유류비 예산도 3000억원을 줄였다. 향후 환율, 유가, 자금 시장 동향이 바뀌면 추가로 필요해질 수 있는 예산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농지관리기금 등 각종 기금 여유분 1조7000억원도 코로나지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국회 예결위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각종 기금은 향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세입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적자국채로 이를 메워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로 사실상 중단된 국내외 행사 예산(329억원)과 공무원 국외연수비(35억원) 등도 이번에 감액됐다. 당초 질병관리본부를 포함한 20개 부처만 감액해 논란이 됐던 연가보상비 등 공무원 인건비는 나머지 34개 부처에 대해서도 추가로 822억원을 줄였다.

이번 2차 추경으로 3조4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국가채무는 819조원으로 증가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작년 말 39.8%에서 41.4%로 높아진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