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를 맞은 에너지 업계가 비트코인 채굴로 눈을 돌린다는 관측이 나왔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이 석유·천연가스 등을 채굴할 때 나오는 잉여 자원을 비트코인 채굴에 투입하거나, 발전 설비 전력을 활용해 비트코인 채굴 장비를 운용하는 등의 대책을 모색 중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에서 비트코인 채굴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는 업스트림데이터의 스티븐 바브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9일 외신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히며 "2017년 사업 시작 이후 이례적일 정도로 에너지 업계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너지 기업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효과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비트코인 채굴 사업에 눈독을 들여왔다. 전통적 산유국인 중동 지역보단 채굴 단가가 높은 북미 석유기업들 중심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일례로 미 채굴 기업 그레이트아메리칸마이닝이 지난해 12월부터 노스다코타의 한 석유 생산 부지에서 석유 채굴 기업들과 협력해 부생가스를 활용한 비트코인 채굴에 나섰다. 덴버주의 크루소 에너지 시스템스도 잉여 천연가스를 비트코인 채굴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발 유가 불안에 수익성이 악화된 석유 기업들이 가상자산 채굴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풀이했다.
지난달에는 발전소 전력 중 일부를 아예 채굴용 전력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미국 뉴욕의 핑거 레이크 지역에서 천연가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업체 그리니지는 올 3월부터 발전소 전체 전력(106메가와트)의 13%(14메가와트)를 비트코인 채굴에 쓰고 있다.
이를 위해 그리니지는 비트코인 채굴 장비 7000대를 운용, 하루 평균 5.5비트코인(약 5500만원)상당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에너지 업체가 잉여 가스 등을 전기로 전환해 채굴 시설에 공급할 경우 파이프 구축 같은 수송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향후 석유·천연가스 기업 등 에너지업계의 암호화폐 채굴업 진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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