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쾅'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참사…순식간에 38명 사망

입력 2020-04-29 21:39
수정 2020-04-30 02:29

경기 이천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최소 38명이 사망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발생 5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소방당국의 현장 수색작업이 이어지고 있어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1시32분께 이천시 모가면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망 38명, 중·경상 10명 등 총 48명의 사상자(오후 10시 기준)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번 사고는 2018년 1월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최대 인명피해를 낸 참사다. 당시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전기배선 문제로 화재가 발생해 47명이 사망하고 112명이 부상당하는 등 총 15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신축 물류창고는 1만932㎡ 규모의 지하 2층~지상 4층 건물로 냉장·냉동창고용이다. 당시 화재 현장에는 9개 업체 근로자 78명이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우레탄 작업 중 불꽃이 튀면서 유증기가 수 차례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초 화재 발생 장소는 지하 2층 부근으로 추정했다. 당국은 30일 오전 11시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사망자의 절반에 가까운 18명은 건물 2층에서 발견됐다. 많은 근로자가 작업을 하던 중 대피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유독가스가 퍼져 한꺼번에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 사망자의 시신은 이천병원과 하늘공원장례식장 등에 옮겨졌고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에 분산 이송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5~9개 소방서가 공동 진화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관 259명과 장비 113대를 동원, 5시간여 진화작업을 벌여 오후 6시41분께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인명 피해가 커진 원인은 불이 발생하기 전 폭발이 먼저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사망자들이 전혀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급작스런 폭발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또 불이 굉장히 빨리 확산한 것으로 보이는데 가연성 물질인 우레탄 폼과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에 수사지휘본부를 설치하고 수습에 나섰다. 화재 진화 및 인명구조가 끝나는 대로 인적·물적 피해 확인과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밤 8시30분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유사한 사고가 반복돼 유감스럽다”며 “과거의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인명 구조와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참사는 물류센터 완공 2개월을 앞두고 발생했다. 지난해 4월 23일 착공한 물류센터는 올해 6월 30일 완공 예정이었다.

이천=윤상연/하수정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