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나무도 휴식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20-04-29 17:41
수정 2020-04-30 00:48
키 큰 나무들이 인공 구조물에 둘러싸여 있다. 금속 울타리에 갇힌 나무들의 주변엔 사람이 편하게 다니도록 나무로 제작한 통로가 설치돼 있다. 오른쪽 난간에 묶여 있는 노란, 빨간 풍선이 왼쪽 나무들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이 장면은 사진가 강홍구 씨의 ‘녹색연구-서울-공터’ 시리즈 중 하나인 ‘선유도’다. 서울 선유도공원에 사람들이 설치해 놓은 인공 구조물과 그 안에 어색하게 자리 잡은 나무를 촬영한 것이다.

강씨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잘못된 개발로 숲이나 공원이 초라하게 변해버린 현장을 보여준다.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적절한 주거가 필요하듯, 나무들도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뜻을 담은 작품이다.

그런데 작품의 색감이 독특하다. 흑백사진을 캔버스에 인화한 뒤 그 위에 아크릴 채색을 한 것이라 그렇다.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바꿔 놓은 식물들의 삶의 조건이 자연의 섭리와 배치된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택한 작업 방식이다. (원앤제이갤러리 5월 30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