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집밥'…달걀 한판 5천원 고공행진

입력 2020-04-29 17:25
수정 2020-10-13 19:03

달걀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 3년간 약세를 보이던 달걀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산란계 농가들은 모처럼 반가운 표정이지만 주부들은 울상이다.

코로나19로 가정 소비 급증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달걀 한 판(특란 30개) 소매가격은 이달 들어 평균 5413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 올랐다. 2017년 7월 살충제 파동으로 판당 5400원까지 오른 뒤 2년9개월 만의 최고 가격이다.

달걀값이 오른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정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달걀은 하루 4000만 개 넘게 소비된다. 약 946곳의 농장에서 나온 달걀 중 전체의 60% 이상이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 등에서 팔린다. 음식점과 급식 등에 20%, 베이커리 등 2차 가공 업체에 20%가 납품된다. 개학 연기 등에 따라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계란 수요는 크게 늘었다. '돌밥돌밥(돌아서면 밥한다)'을 해야 하는 부모들 사이에 달걀프라이, 달걀찜 등 각종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달걀은 상비 식품이 됐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가정 내 달걀 소비가 급증하면서 3월과 4월 달걀값이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적자 눈덩이 양계농가

국내 대부분 산란계 농가는 2017년부터 적자를 보고 있다. 알을 낳는 닭 한 마리를 키워 얻는 수익은 연평균 2만5682원. 하지만 투입하는 비용은 이보다 많은 평균 2만7898원이다. 소규모 농가는 한 마리에 최대 8000원 이상, 대규모 농가도 1000원 이상 손실을 보는 구조다.

필수 식품인 달걀 가격은 반복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과 살충제 파동 등의 영향으로 여러 차례 출렁였다. 대규모 살처분 등이 이뤄질 때마다 달걀값이 올랐다. 농가에선 가격이 더 오를 것에 대비해 더 많은 숫자의 병아리를 키우면서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 가격은 어김없이 폭락했다.

2014년 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지속된 AI로 약 1937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될 당시 달걀값은 한 판 기준 5400원까지 올랐다. 2017년 초 AI가 다시 극성을 부려 3000만 마리가 살처분된 데다 그해 여름 달걀 살충제 사건까지 터지면서 도매가격이 5820~6270원으로 치솟았다. 일부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며 시판가격이 2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달걀값이 오르자 사육마리 수가 급증했다. 2017년 초 5000만 마리였던 게 2018년 2분기 이후 7000만 마리로 늘었고 그해 달걀값은 판당 20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축산물품질평가연구원 관계자는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지난 2년간 파산하거나 문 닫은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반기 달걀값 떨어질 수도”

달걀은 다른 축산물에 비해 보관 기한이 30일 내외로 짧은 데다 물류 이동도 까다롭다. 여전히 중간 도매상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다. 달걀 납품 후 2주~1개월 이내 후지급하는 구조도 농가의 가격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농장의 달걀 수취 가격과 달걀 시판가격 차이는 많게는 52%에 이른다.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안정적인 수급 조절을 위해 농가가 사육마리 수를 관리하는 등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5월 달걀 생산량은 여전히 평년보다 많을 것”이라며 “달걀 가격이 하반기에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