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기한 연기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변경한다고 29일 공시했다. 본래 주식 취득 예정일자는 30일이었지만 회사 측은 주식 취득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연기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항공업계가 운항 중단 등 직격탄을 맞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심각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달 초로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를 연기한 데 이어 이달 하순 예정했던 회사채 발행 계획도 중단했다. 회사는 당초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그 자금으로 산은과 수은 차입금 1조1천700억원 정도를 갚을 예정이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날 공시에서 주식 취득일을 따로 명시하지 않고 구주(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의 경우 구주매매계약 제5조에서 정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로 변경했다.
신주(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로 발생하는 주식)는 신주인수계약 제4조에서 정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의 다음날 또는 당사자들이 별도로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의 다음 날로 정했다. 이는 주식 취득일 날짜를 따로 특정하지 않고 유상증자 등 선행조건이 모두 중촉되면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 간 구주매매거래 종결의 주요 선행조건에는 공정거래위원회 및 경쟁당국의 본건 거래에 대한 기업결합 승인이 포함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등 6개국에 기업결합 승인을 요청했으며, 현재 러시아의 승인만남은 상황이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은 기업결합 승인이 종료되는 즉시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빌린 차입금 1조7000억원을 갚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3000억원 규모의 추가 공모채 발행과 인수금융 등을 통해 부족한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항공업계와 증권업계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항공업계의 경영난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그사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현대산업개발의 고심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여전히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항공업계의 경영 정상화가 단기간 내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현대산업개발의 주가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시아나항공 관련 인수 여부"라면서 "인수가 취소될 경우 계약금을 포함한 비용 처리를 감안하더라도 주가는 급등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인수가 확정될 경우 항공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고려하더라도 증가한 차입금, 느린 항공수요 회복 속도, 리스 부채 및 ABS(자산유동화증권·유동성이 없는 자산을 증권으로 전환해 자본시장에서 현금화하는 일련의 행위) 관련 부담 등에 따라 본사의 영업가치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