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 포도주 회동'에도…끝내 꼿꼿했던 김종인

입력 2020-04-29 10:33
수정 2020-04-29 10:35


미래통합당이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가결했으나 정작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통합당 지도부는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찾아가 '와인 회동'을 하기도 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28일 밤 김 전 위원장의 자택을 찾았지만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김 정책위의장은 김 전 위원장의 자택을 나온 뒤 "김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또 맡아달라고 하는 것이 조금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같은날 통합당은 당선자 총회와 상임전국위원회 그리고 전국위원회를 잇달아 개최하며 '김종인 비대위' 구성을 위한 절차를 밟았다. 특히 상임전국위를 통해 당헌에서 8월31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삭제하고 전국위에서 비대위 전환을 의결하는 과정을 거쳐 김 전 위원장을 추대하고자 했다.

그러나 당헌 개정을 위해 소집한 상임전국위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면서 김 전 위원장의 임기 보장을 위한 당헌 부칙 개정에 실패했다. 비대위원장 임기 문제는 김 전 위원장이 처음부터 강조했던 핵심 요구 조건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내년 3월까지의 임기 보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비대위에 반대해 온 일부 의원들은 회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상임전국위원들에게 불참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위원회에서 '김종인 비대위'가 가결되기는 했으나, 4개월짜리 시한부가 됐다. 이날 전국위가 가결되자마자 김 전 위원장 비서실장인 최명길 전 의원을 통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위원장 집까지 찾아간 심 권한대행과 김 정책위의장의 읍소도 불발됐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8시 20분 서울 종로구 구기동 김 전 위원장 자택을 찾았다. 심 권한대행은 김 전 위원장이 휴대전화를 꺼놓은 상태여서, 따로 약속 없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저녁 8시 50분경 도착했다. 집 앞에서 기다리던 심 권한대행과 김 정책위의장은 김 전 위원장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30여 분 뒤 나온 심 권한대행은 취재진에게 "걱정하는 얘기만 했다. 포도주만 좀 마시고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거절 또는 거절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한 건 하나도 없었다"면서 "그렇다고 수락한 의사표시도 전혀 없었고 거절 의사표시도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4개월 임기 비대위원장직 거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했다.

통합당 지도부는 2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