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코로나 버틴 삼성 '반도체 저력'…1Q 영업익 6.4조

입력 2020-04-29 09:47
수정 2020-04-29 14:32

삼성전자가 올 1분기 주력 반도체 사업 선전에 힘입어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촉발된 재택근무 및 온라인 소비 증가를 비롯한 '언택트' 문화 확산에 따라 서버 시장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다만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으로 접어들어 2분기부터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단 분석이다. 해외공장 셧다운(일시 폐쇄), 유통망 판매중단, 소비심리 위축 등이 겹쳤다. 그러나 삼성은 2분기에도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효율화와 미래성장에 집중, 주력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 1분기 반도체·IM·생활가전 선방한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5조3252억원, 영업이익 6조4473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이달 7일 발표한 잠정실적(매출 55조원·영업이익 6조4000억원)보다 다소 올라간 수치다. 매출과 영업익 모두 지난해 4분기보다 7.61%, 9.96%씩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각각 5.61%. 3.43%증가했다.

당초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익이 6조원대도 수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비교적 코로나19 영향이 미미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우호적인 환율 환경도 한 몫했다. 매출도 최근 13분기째 이어가던 50조원대 매출을 지켜냈다. 어려운 대외환경에도 외형 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분기 시설투자는 약 7조3000억원으로 사업별로는 반도체가 6조원, 디스플레이가 800억원 수준이었다. 메모리는 기존 계획대로 증설과 공정전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극자외선(EUV) 미세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증설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했다.

사업부 실적을 살펴보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은 17조6400억원, 영업익 3조99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코로나19 확산에도 서버·PC 중심 수요가 견조해 전 분기 대비 이익이 개선됐다. 서버용 D램 가격 상승도 힘을 보탰다. 서버용 D램 주력 제품인 DDR4 32GB 가격이 올 들어 14%가량 뛰었다.

시스템 반도체도 주요 고객사 모바일향 부품 공급 확대로 이익이 증가했다. 시스템LSI 사업은 1분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에 따라 5G(5세대 이동통신) 모바일 프로세서, 초고화소 이미지센서 공급 확대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올랐다.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5G와 이미지센서 칩 수요 증가에도 불구 중국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수요 감소 영향으로 실적이 전 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다.

디스플레이는 매출 6조5900억원, 영업손실 2900억원을 기록했다. 전반적 패널 판매 감소로 인해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하며 적자전환했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에 따라 중소형 패널은 전 분기 대비 이익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대형 패널은 판가 하락폭이 둔화돼 적자폭을 줄였다.

스마트폰 사업(IM) 부문은 매출 26조원, 영업익 2조6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영향에 판매량은 줄었지만 플래그십(전략) 갤럭시S20 시리즈, 갤럭시Z플립 출시 등에 따른 제품믹스 개선으로 전 분기,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영업익이 늘었다. 네트워크 사업의 경우 국내외 5G 상용화 확대에 전 분기 대비 실적이 소폭 개선됐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계절적 비수기와 코로나19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1분기 CE부문 매출은 10조3000억원, 영업익 4500억원으로 이익이 크게 줄었다. TV 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QLED 초대형 라이프스타일 TV 판매는 늘어 프리미엄 TV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건 긍정적 요소다. 생활가전 사업의 경우 글로벌 수요가 줄었지만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소폭 개선됐다.

◆ "2분기 실적 저하 불가피…피해 최소화 주력"

삼성전자는 2분기를 비롯해 하반기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져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부품 사업의 경우 메모리는 서버와 PC 수요가 지속 견조할 것으로 보이나, 모바일 수요 둔화 리스크는 상존할 것으로 예상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 따라 실적 약화를 예상했다. 세트 사업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과 매장 폐쇄, 공장 가동 중단 영향으로 주요 제품 판매량과 실적이 대폭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미세공정 전환을 통한 기술 리더십과 원가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2분기 2TB(테라바이트) 이상 고용량·고부가 서버 SSD 수요 확대에 주력하기로 했다. 5세대 V낸드 전화도 확대해 원가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하반기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 투자 운영과 제품별 생산비중을 조정하는 한편 1z 나노 D램과 6세대 V낸드 등 미세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시스템LSI 사업은 2분기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5G 시스템온칩(SoC)와 프리미엄 이미지 센서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한다. 하반기에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신규 응용처를 확대한다.

1분기 다소 부진했던 파운드리사업은 2분기부터 5나노 양산으로 EUV 공정 리더십 확대를 통해 5나노 이하 공정 제품 수주에 주력한다. 하반기부터는 소비자용·컴퓨팅용 등으로의 응용처 다변화와 함께 미세 공정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5나노 '핀펫' 공정 본격 양산과 함께 'GAA' 3나노 공정 개발도 나선다.

적자전환한 디스플레이 부문의 경우 2분기에도 고객사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이에 삼성은 초고화질·초대형 TV, 커브드 모니터 등 차별화된 패널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할 방침이다. 하반기부터는 중소형 디스플레이의 경우 폴더블 스마트폰 등 신제품 시장 확대에 나선다. 대형 디스플레이의 경우 LCD(액정표시장치) 라인이 축소되지만 고객사의 수요에 차질없이 대응하고 신기술 기반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사업도 2분기부터 본격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돼 하락이 불가피하다. 삼성은 온라인·B2B(기업간 거래) 채널을 강화하고 비용 효율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도 수요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폴더블·노트 등 프리미엄 신모델 출시와 중저가 5G 도입을 확대해 전 라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네트워크 사업은 국내외 5G 투자 지연 또는 축소 등 불확실성에서도 중장기 5G 기술경쟁력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CE 부문은 2분기 TV 시장 상황 악화와 도쿄올림픽 연기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온라인 프로모션과 라인업 확대를 통해 온라인 구매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또 초대형·QLED 8K TV 판매를 확대하고 홈스쿨링, 홈오피스 등 스마트 TV 특장점을 살린다는 입장이다.

생활가전사업 역시 온라인 판매 강화와 함께 유통사와의 협력을 늘려 마케팅 전략을 최적화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도 TV와 가전사업 모두 불확실성이 높지만 마케팅 효율화와 물류 운영 최적화로 판매 차질 최소화에 힘쓰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어려운 경영여건 가운데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지만 3월부터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본격 확산되면서 생산·판매 차질과 수요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며 "기술 리더십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한 주력사업 경쟁력 제고,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 등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