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배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0)는 30일부터 이어질 6일간의 ‘황금연휴’에 계획한 제주 여행을 포기했다. 지난 주말 3만원대였던 서울~제주 항복 항공권이 연휴 기간에 13만원으로 치솟아서다. 더군다나 29일 저녁과 30일 오전 출발 항공권은 모두 매진이었다. 하루 20만원대였던 제주 롯데호텔 숙박권은 46만원으로 뛰었다. 김씨는 “모처럼 맞은 연휴지만 서울 근교 캠핑장에 1박2일 예약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부터 시작되는 최장 6일의 황금연휴를 맞아 국내 주요 관광지로 향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완연한 봄 날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여행길이 막힌 영향이다. 방역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이 느슨해지며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행기·기차 표 대부분 ‘매진’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연휴 첫날인 30일 김포발 제주행 대한항공 항공권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총 25편 중 20편이 매진됐다. 오전 6시40분부터 오후 5시까지는 전편 매진이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의 오전 항공편도 대부분 예약이 끝났다. 일부 항공사는 연휴를 맞아 국내선을 증편했다. 진에어는 김포~제주 항공편을 주당 편도 150회에서 202회로 늘렸다.
항공업계는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124만 명이 국내 항공편을 이용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9월 11일~16일) 여객 수(120만9108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연휴 기간에 김포~제주 항공편 예약률은 90~100% 정도로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차 표도 대부분 매진됐다. 서울발 강릉행 KTX는 30일 오전 6시~오후 6시까지 전부 매진이다. 서울~부산 KTX도 오전 7시~오후 1시까지 예약이 다 찼다.
차량 이동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주말인 25~26일 하루 평균 전국 고속도로 교통량은 472만 대로 전주 대비 6% 증가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연휴 기간에 고속도로 교통량이 전주 대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 지역 감염 비상
호텔과 리조트는 대부분 만실이다. 부산 해운대 한화리조트는 이번 연휴 기간 예약이 다 찼다. 설악 쏘라노는 예약률이 97%, 거제 벨버디어는 95%에 달한다. 속초 롯데리조트와 제주 롯데호텔 각각 70%대, 80%대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남은 객실은 평소 대비 숙박료가 두 배 넘게 뛴 상태다. 4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까지 17만원이었던 속초리조트 1박 요금이 70만원까지 뛰었다”며 “가격이 너무 올랐고 예약도 대부분 차 여행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지역 감염에 비상이 걸린 각 지방자치단체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주도는 30일부터 발열 검사 기준 체온을 37.5도에서 37.3도로 낮추고, 이상자가 발생하면 건강기초 조사서를 작성하게 할 예정이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이번 연휴 기간에 17만9000여 명이 제주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원도는 200명이던 자율방역단을 400명으로 늘리고 이들을 100여 개 관광지 주변 숙박업소에 보내 위생 점검 등을 한다는 계획이다.
양길성/노유정/이선아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