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창고 꽉 찼다…유가 또 폭락

입력 2020-04-28 17:07
수정 2020-04-29 02:24
국제 유가가 또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원유 수요 감소로 재고량이 늘어나면서 주요 원유 펀드가 근월물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있어서다. 6월물을 건너뛰고 만기가 많이 남아 있는 계약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2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 인도분은 장중 배럴당 11.05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저점(12.10달러)보다 8.6% 더 내렸다. WTI는 지난 26일 배럴당 16.71달러에 거래된 뒤 연이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27일엔 25% 이상 하락했다.

전날 세계 최대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인 USO가 WTI 6월 인도분을 30일까지 모두 청산하기로 하자 유가가 폭락했다. USO는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근월물을 이달 내에 매도한 뒤 원월물을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는 얘기다. USO는 36억달러(약 4조4100억원) 규모다. 이 펀드는 이달에만 포트폴리오를 세 번이나 새로 짰다.

전문가들은 세계 원유시장 큰손인 USO가 6월물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원유 수급 균형이 깨져 매물이 쏟아져도 받아줄 곳이 많지 않아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원유 수요는 약 30~35% 급감했다. 주요 산유국이 다음달부터 약 1000만 배럴 감산에 들어가지만 수요 감소폭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원유 재고가 폭증해 세계 원유 저장고가 가득 차는 이른바 ‘탱크 톱’ 현상도 우려된다. 골드만삭스는 24일 보고서에서 글로벌 원유 창고가 이르면 3~4주 내에 한계치에 다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ING의 워런 패터슨 상품전략본부장은 “투자자 사이에선 5월에 이어 6월 인도분도 또다시 ‘마이너스 유가’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