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에 문 닫은 美 육류공장…고기값 급등

입력 2020-04-28 17:08
수정 2020-04-29 02:2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서 정육 공장들이 잇따라 폐쇄돼 베이컨, 햄 등 육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육류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고기 가격은 크게 오르고 있다.

미국 최대 육가공 업체인 타이슨푸드의 존 타이슨 회장은 지난 26일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에 “육류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전면광고 형식의 호소문을 실었다. 타이슨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 가공 공장이 문을 닫았다”며 “수백만 파운드의 고기가 식품 공급망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먹거리를 공급할 책임이 있고, 이는 공중보건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공장은 계속 돌아가야 한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타이슨푸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아이오와주 워털루의 돈육 가공 공장을 무기한 폐쇄하는 등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 1위 돼지고기 생산업체인 스미스필드푸드 역시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 공장을 폐쇄했고, JBS와 TSN 등 다른 육가공 업체도 시설 가동을 멈추고 인력을 줄였다. 육가공 공장의 잇단 폐쇄 여파로 미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평소의 3분의 1로 감소했다.

미국 가축 사육업체들도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육가공 공장 폐쇄 등으로 수백만 마리의 돼지와 소 등이 폐사 위기에 몰렸다. 사육업체들은 매일 51만 마리의 돼지를 베이컨과 햄, 소시지 등의 용도로 도축한다. 하지만 가공시설이 멈추면서 하루 도축량은 5분의 1 수준인 10만5000만 마리로 급감했다. 사육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급기야 멀쩡한 돼지를 폐사시키는 농가도 급증하고 있다.

육류 가격은 치솟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소비하는 고기 양은 세계 유통 고기의 65%에 달한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돼지고기 도매가는 지난 24일 100파운드(약 45㎏)당 77.48달러로 이달 초보다 50% 올랐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돈육 선물가는 한 달 전보다 30%가량 상승했다. 고기 공급이 줄어들면서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유통업체들은 육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고기 대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육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8주간 식물성 대체육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