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 빅2' 살리려 30兆 쏟아붓는다

입력 2020-04-28 17:06
수정 2020-04-29 02:22
유럽 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항공사를 지원하기 위해 30조원이 넘는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국적항공사가 무너지면 수백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28조원 지원받는 양대 국적항공사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 양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는 유럽 6개국 정부로부터 210억유로(약 28조원)에 이르는 긴급자금을 지원받기로 잠정 합의했다. 각국 정부는 구제금융 지원 대가로 △배당 중단 △임원 보너스 중단 △직원 월급 삭감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독일 국적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독일과 벨기에,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4개 국가에서 100억유로(약 13조3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기로 했다. 루프트한자는 벨기에 국적 브뤼셀항공과 오스트리아항공, 스위스항공도 소유하고 있다. 올 1분기에만 12억유로(1조6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카르스텐 슈포어 루프트한자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는 시간당 100만유로(13억원)를 잃고 있다”며 “보유한 40억유로(5조3000억원)의 현금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정부는 에어프랑스-KLM그룹에 110억유로(약 14조6400억원)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에어프랑스-KLM그룹은 에어프랑스와 KLM이 2004년 합병하면서 출범했다. 프랑스가 에어프랑스에 70억유로, 네덜란드가 KLM에 최대 40억유로를 지원할 예정이다. 브뤼노 르 마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대가가 따르는 지원으로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국유화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저가항공사도 잇달아 지원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정부는 연합 항공사인 스칸디나비아항공(SAS)에 이달 초 30억스웨덴크로나(약 3700억원)를 투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국적항공사인 알리탈리아에 5억유로(6700억원)를 지원하는 동시에 완전 국유화에 나서기로 했다. 라트비아 정부도 국영항공사인 에어발틱에 1억5000만유로(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영국 최대 국적항공사인 영국항공(BA)도 조만간 영국 및 스페인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항공의 모(母)회사인 IAG는 영국항공 외에도 아일랜드의 에어링구스, 스페인의 이베리아항공과 부엘링항공을 보유하고 있다.

저가항공사에 대한 자금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날 프랑크푸르트에 기반을 둔 콘도르항공에 대한 5억5000만유로(7300억원)의 지원계획을 확정했다. 콘도르항공의 모기업은 지난해 9월 파산한 영국 여행회사 토머스쿡그룹이다. 영국 정부도 자국에 기반을 둔 저가항공사인 이지젯에 6억파운드(9200억원)를 지원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유럽 항공사들의 올해 잠재적 매출 손실이 890억달러(109조11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IATA는 코로나19 여파로 유럽 항공산업에서 67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항공기 제조업체도 불황 터널

데이비드 캘훈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주주 연차총회에서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세계 항공 수요가 작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최소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급한 것은 ‘현금 확보’다. 캘훈 CEO는 “앞으로 6개월간 더 많은 현금을 차입해야 한다”며 “3~5년간은 차입금 상환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배당금 지급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잉 측은 직원 10%를 감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버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에어버스는 이날 영국과 프랑스에서만 6000명의 근로자를 일시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CEO는 앞서 임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전례 없는 현금 출혈이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