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친구처럼 지내자는데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최근 온라인 상에서 이 같은 사연을 공개한 A씨는 "남편이 정말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다.
A씨에 따르면 며칠 전 밤에 술 한 잔을 하자고 권한 남편은 대화를 나누던 중 돌연 "우리 친구처럼 지내자"라는 말을 건넸다.
당황한 A씨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고, 남편은 "솔직히 계속 좋아 죽으며 지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냐. 다 정 때문에, 혹은 아이를 이유로 같이 사는 거 아니냐"고 답했다. 그러더니 "우린 그런 거 너무 연연하지 말고 친구처럼 지내자"고 제안했다.
어떻게 부부가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까. A씨는 "이혼하자는 이야기를 돌려서 하는 거냐. 아니면 바람이라도 났냐.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 거냐"라고 따졌다. 그러자 A씨의 남편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아이가 크고, 서로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이해해주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남편의 말이 도통 이해되지 않았던 A씨는 "나는 친구랑 같이 살 생각이 전혀 없다.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이혼 도장을 찍고 나서 자유로워지라"고 맞받아쳤다. 그럼에도 남편은 계속해 자신의 생각을 어필했고, A씨는 이혼을 해야하는 것인지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혼자 권태기 와서 저런 말 하는 거 아니겠나",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지", "그냥 결혼 생활이 지겨워서 저러는 듯", "내 남편도 친구로 지내자고 말했는데 바람피우고 있었다", "저러다가 나이 들면 후회한다", "바람났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권태기가 온 건 확실하네", "혼자 저렇게 말하는 건 너무 이기적이다", "친구로 지내려면 이혼부터 해야지"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기혼남녀 381명(남 184명, 여 19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혼자 68.5%가 부부권태기를 경험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5.6%는 '결혼 5년 차 이상~7년 차 미만'에 권태기를 처음 느꼈다고 답했다.
부부권태의 원인으로는 가장 많은 응답자가 '오랜 관계의 싫증(26.0%)'을 꼽았다. 이어 '부부간 남녀 기본 매너의 상실(17.3%)', '가정에 대한 가치관 차이(13.9%)', '잦은 성격 차이 경험(12.1%)' 순이었다.
부부권태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배우자에 대한 이유 없는 짜증(24.1%)', '배우자의 단점 부각(18.4%)', '결혼에 대한 후회와 무기력감(16.5%)', '배우자의 이성적 매력 상실(10.8%)', '함께하는 시간의 지루함(10.2%)', '타 이성과의 로맨스 상상(8.9%)' 등으로 나타났다. '이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는 응답은 4.2%였다.
전문가는 "부부권태는 부부의 상태뿐만 아니라 개인의 슬럼프나 컨디션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며 "내가 행복해야 상대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기 관리 또한 필요하며 부부의 관계 회복에 있어 혼자 책임을 다하려 하기 보다는 부부 간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무게를 덜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대화를 통해 함께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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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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