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생활방역 전환을 앞두고 내달 초 초·중·고교의 등교개학 시기를 결정한다. 교육계에서는 늦어도 5월 중순에 중·고교 3학년부터 등교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5월 중순을 넘길 경우 학사 일정이 빠듯해 중간고사를 제대로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5월 초에 등교개학의 시기와 방법을 알릴 것을 교육부에 지시했다. 정 총리는 “늦어도 5월 초에는 등교 시기와 방법을 국민께 알리도록 제반 절차를 진행하라”며 “입시를 앞둔 고3·중3 학생들을 우선 고려해 순차적으로 등교시키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달 1일까지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 부처와 17개 시·도교육감 협의회, 교원단체, 학부모 단체 등과 등교개학 시점·방법에 대한 의견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17개 시·도 교육감과 영상회의를 열어 등교 개학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등교 방법은 학년별 순차 개학 방안이 유력하다. 정 총리가 직접 중·고교 3학년부터 등교개학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다 앞선 온라인 개학에서도 학년별로 3~7일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개학을 했다. 등교개학을 하더라도 각 학교의 방역 및 급식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1주일 이상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도 이날 회의에서 “적어도 1주일의 준비 기간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 의견”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달 11일부터 등교개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는 시점이 내달 5일인 점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5월 등교개학이 기정사실화됐지만 일선 학교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다. 학년별로 등교 시기가 달라 학사일정에도 적지 않은 혼선이 예상된다. 일선 교사들은 5월 11일 중·고교 3학년부터 등교개학을 시작하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각각 한 달 간격을 두고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중간고사는 6월 둘째 주에, 기말고사는 7월 셋째 주에 치른다. 대신 여름방학을 2주가량 줄이면 8월 중순 정상적으로 2학기 개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또다시 ‘집단 재감염’ 사태가 일어날 경우 등교개학이 더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고교 1~2학년과 초등 4~6학년은 여름방학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 등교 시기가 더 늦어지는 데다 온라인 개학도 중·고교 3학년보다 1주일 더 늦었기 때문이다. 중·고교 1~2학년과 초등 4~6학년은 이미 법정 수업 일수(190일)가 17일가량 줄었지만, 코로나19 집단 재감염과 같은 변수가 생기면 중간고사를 수행평가 등으로 대체해야 할 수도 있다.
교육계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교육부가 미리 단계별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악화를 대비해 ‘5월 중순 개학’ ‘5월 말 개학’ 등 예상 시나리오를 일선 교사들에게 안내해야 한다”며 “이 같은 예상 시나리오가 없으면 일선 교사들의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