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 남북철도 연결"…정부 '독자 대북협력' 속도낸다

입력 2020-04-27 17:21
수정 2020-04-28 01:41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남북한 협력 부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장기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서 북한을 추동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독자 대북사업 추진 재차 강조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 간 대화를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에 ‘올인’하면서 국제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남북교류협력마저 소홀한 측면이 있다는 내부 평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판문점 선언 실천이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은 결코 우리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국제적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자적인 남북 관계 개선이 결과적으로 끊겨 있는 미·북 대화 채널 복원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다시 남북 협력이 강화되는 선순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복안으로 풀이된다. 임기가 2년여밖에 남지 않은 점과 집권 여당의 총선 압승 결과도 문 대통령이 다시 남북 협력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남북 협력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통한 남북 협력 강화를 시사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공동 대처하는 협력에서 시작해 가축전염병과 접경지역 재해 재난, 기후환경 변화 공동 대응 등 생명의 한반도를 위한 남북 교류와 협력이 적극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북 간 철도 연결을 위해서도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겠다며 ‘선실천’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통일부가 강원 제진에서 4·27 판문점선언 합의 사항 중 하나인 동해북부선의 우리 측 구간 추진기념식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남북 정상의 약속을 다시 이행하고, 한반도 평화경제시대를 열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묵묵부답인 북한 호응이 관건”

문 대통령은 최근 신병을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이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나와 김 위원장 사이의 신뢰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평화경제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김정은의 건재를 암시하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그동안 김정은의 신병과 관련해 “북한 내 특이 동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김정은은 원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이날 판문점 2주년 발언에 대해 기존 기조에 큰 변화는 없다며 ‘국제적 제약’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그간 문재인 정부가 지향해온 남북 관계의 방향성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면서도 “판문점선언 이행 지연을 국제적 제약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북한 입장에선 한국의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 협력 사업 가운데 새로운 건 없었지만 이를 재차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행동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우리 정부의 제안에 묵묵부답인 북한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최근 들어 국내 확진자가 크게 줄어든 코로나19 상황과 관련, ‘바이러스와의 불편한 동거’를 거론하며 장기전 태세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코로나19와의 불편한 동거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동시에 일상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5월 연휴 기간 이후 고등학교부터 순차적 개학 시행 등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총선을 평소보다 높은 투표율로 안전하게 치러낸 것처럼 우리는 할 수 있으며 세계도 (한국이) 방역과 일상의 공존을 어떻게 해낼지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호/임락근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