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8%(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 무겁다 못해 생소한 수치다. 대약진운동(1958~1960)과 문화대혁명(1966~1976) 이후론 이렇게 뒷걸음질친 적이 없었다. 용은 마스크 장막에 가로막혀 승천무를 멈출 것인가, 마스크를 쓰고도 계속 비상할 것인가. 주류 관측통 중에는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2분기 V자까지는 아니더라도 3분기 U자 전환을 전망하는 분위기다. 서방보다는 중국 내부 시각이 좀 더 낙관적이다.
이제 관심은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로 쏠리고 있다. 언제 열릴까? 화상회의 가능성은? 올해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치를 제시할까? 이런 궁금증들이다. 전문가들은 저마다 견해를 내놓지만 가설 수준이다. 정답은 아직 알 수 없는 중국의 공식 결정에 달려 있다.
중국의 GDP는 색깔이 달라져왔다. 개혁개방 초중반엔 검은색(블랙)이었다. 양적 고속성장이 지상과제였을 뿐 환경문제를 따지지 않았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녹색(그린)을 표방했다. 생태계 보호와 효율성 제고가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흑묘백묘론의 검은 고양이·흰 고양이가 가고 녹색 고양이가 왔다는 평가도 있었다.
아무도 예측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중국의 GDP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GDP 목표는 덩샤오핑의 국가경영 대계(大計)인 3단계 발전론에 기인한다.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원바오(溫飽), 여유있는 생활을 하는 샤오캉(小康), 세계 선두권으로 부상하는 다퉁(大同)이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더 크게, 더 빠르게 성장하는 전략인데 한계 상황이 오기 마련이다.
중국의 GDP에는 신뢰성 문제도 따라붙었다. 전력소비량과 은행 대출, 철도화물 운송량을 다루는 ‘리커창지수’가 경기동행지수처럼 인식되는 이유다. 경기선행지수라고는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굴착기 판매 증감폭을 반영한 ‘굴착기지수’ 정도다.
올해 양회에서 GDP 목표치(또는 목표구간)는 발표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주목할 점은 중앙정치국 회의가 3월 이후 총량 목표 달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탈빈곤을 강조하며 총요소생산성(TFP) 제고에 관한 논의가 부쩍 늘었다. 기술 개발, 경영혁신 등 무형자산, 즉 눈에 안 보이는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른 징후도 엿보인다. 중국은 앞으로 GDP 수치(또는 구간)보다는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경제를 판단하고 계획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이번에 봉쇄와 격리로 인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취업 지표, 경제효익 지표, 서비스업 지표,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건위생 관련 지표들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지표는 아직 제대로 체계화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국의 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정부의 지향점 측면에서나 경제의 구조 전환 측면에서나 GDP 수치 자체의 의미는 앞으로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2분기 이후를 전망한다면 V자든 U자든 반등은 하겠지만 앞서 그 하단에 팬 홈을 메우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해외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중국은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진작과 유효수요 확대에 힘을 쓸 것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중국은 역내와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미국과 유럽, 나아가 세계가 매우 어려운 시기다. 이번에도 중국 경제가 나홀로 회복세를 보인다면 중국 시장은 전 품목 영역에서 또다시 세계 기업들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 현장에서 우리 기업을 지원하는 KOTRA가 소비재는 물론 원부자재 영역에서도 고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