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 선포 1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산업계에선 시스템반도체에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힌 지 1주년을 맞아 이재용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에선 “이 부회장이 당분간 현장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여파로 삼성전자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현장경영을 통해 공개석상에서 임직원들을 격려하기보다는 조용하게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것도 이 부회장의 대외 행보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실적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외부 활동을 이어가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차분한 내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자축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판매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작년 하반기 중국 샤오미 등에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납품하고 세계 5위 스마트폰업체 중국 오포에 5세대(5G) 통합칩셋(SoC)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부는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업체와 중국 바이두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최근엔 구글 등과 모바일 칩 개발, 수탁 생산 관련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최대 매출(약 15조원)을 기록하는 등 의미 있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인력과 시설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